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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31. 2022

겨울에도 얼죽아가 최고

커피 좋아하는 남자

가끔 원장님과 선생님들께서 커피 선물을 쏘기 위해 주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제 꺼는 빼 주셔도 된다고 하면

“어머, 선생님은 무슨 재미로 사세요?”

란 말이 바로 돌아오곤 한다.


커피 마시는 재미 말고도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은데, 세상사는 제일 큰 즐거움이 한 잔의 커피 마시는 것과 바꿀 정도라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게 안타깝긴 하다. 그럼에도 몸이 커피를 받아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살아가는 즐거움이 하나씩 있다는 게 신기 방기 할 따름이다.


예전 일하던 곳의 원장님과 원감님께선 밥은 안 먹고 살 수 있어도 커피 안 마시곤 살 수 없다고 하셨다. 사발 째 마셔도 좋은 게 커피라고 하실 정도.

지인과의 만남을 위해 카페 갈 때면 카모마일, 레몬차, 자몽 차나 호로록거리고 있으니 커피 멋이란 없는 사람이다.

그런 나도 온몸에 스미듯 와락 안기며 휘감는 매혹적인 감미로운 커피 향은 언제나 좋아한다.


두부 찌꺼기인 비지를 가져와 걸쭉한 김치찌개 끓여 곳곳에 배인 냄새, 커피 내린 찌꺼기 가져와 집 안 곳곳에 놔두면 번져오는 그윽한 향기까진 아니어도 냄새를 잡아주는 것도 참 좋다.


커피 마시면 졸리던 잠이 달아나고 멍한 기분 깨워준다며 한 잔 마시고 일 시작하는 이를 많이 보아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 울타리에 살고 있는 그이부터가 그러하니.


커피를 오후 늦게 마신 이가 밤잠을 설쳤다는 일 허다한데, 그이는 어쩌다 저녁 늦은 시간 마셔도 머리 갖다 대기 전 코 골며 잠이 드니 무딘 사람, 예민하지 않아 좋다고 해야 하나.

언제부터 커피 맛을 알아버렸을까. 재택근무하며 집에 있을 때도 아침 업무가 한 타임 끝나면 커피 사러 꼬옥 나가고 있다.


홈카페가 대세인 요즘, 광고에도 커피머신이 자주 보여 한마디 툭 던졌다.

“매일 커피 사 먹는 돈으로 머신 한 대 들여놓는 게 좋지 않아? “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거 같았다.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도 탐탁지 않고 커피를 전혀 못 마시는 내가 볼 땐 마시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대학교가 담 너머 있는 우리 집은 주변에 예쁜 카페가 참 많긴 하다.

거기다 숲길이 조성되어 카페는 더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아, 커피를 한 곳에서만 사 먹으면 무슨 재미냐?”

‘그렇다면 여기저기 다 다닌단 말씀?’

가게마다 다른 맛인 커피를 맛보는 재미까지 있다는 거다.

‘이거야 원, 한 가지 맛을 고집하지 않아 여러 카페들은 좋은 건가.’

단골로 삼는 가게가 있다면 한 카페가 좋을 듯하고

고루고루 팔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얼음 동동 띄운 커피를 들고 들어서는 그이에게

“곧 죽어도 얼죽아라?”

“얼죽아가 뭐야?”

 매일 마시면서도 신조어를 모른다. 이럴 땐 한 발 앞선 내가 알려줘야지.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나 뭐라나”

디지털맨이어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바깥에 있으면 맨살로 나온 손이 많이 시린 날, 얼음 동동 떠 있는 것만 봐도

이까지 시려온다.

커피 좋아하는 그이가 차가운 커피 얼음물을 야금야금 마시는 그 자체가 조금 부럽긴 하다.


커피를 달고 사는 남자와 입도 대보지 못하는 여자,

전자는 음미와 고독을 아는 풍성한 삶을, 후자는 무미건조한 단조로운 삶을 살 거 같은

느낌적인 이 기분 어이할까나.

그래도 커피를 못 마시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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