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Dec 11. 2021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떻게 된 일일까.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 앞에선 말문이 막히는 게 맞다. 3주 만에 텃밭을 찾았다. 수확물은 거의 거두었고, 텃밭에 뿌려놓은 시금치는 겨울 내내 커 갈 것이기에 당장은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지난 주말은 김장하러 어무이 댁을 내려갔었고, 지지난 주 한 주 못 가 본 셈인 거다.


그 사이 추워 얼어 죽지 않았을까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겨울 눈 맞으며 꿋꿋이 진초록 잎으로 생생하게 커나가는 걸 어무이 텃밭에서 본 적 있기에. 꾀꼬닥 힘없이 쓰러지진 않았을 거란 무언의 믿음이 있었다.


미세먼지 자욱한 도로를 헤치고 20여 분을 달려 드디어 도착이다. 곳곳엔 수확하다 남은 작물이 군데군데 자기 재주껏 살아내려는 안간힘만 보일 뿐. 사람의 흔적이나 손길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텃밭은 내년 봄을 기다리며 긴 휴식기에 든 풍경이 황량하고 쓸쓸해 보였다. 우리 텃밭의 남아 있는 작물은 어찌 됐을까 궁금해하며 텃밭 한가운데 있는 우리 밭을 보는 순간, 낯선 장면과 마주했다.


요만큼 요런 모양으로 되어 있을 거란 예상을 확 깨는 사건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수확하기엔 덜 자란 순무도 남아있었고, 곳곳에 시금치 씨앗을 뿌려놓아 그이는 올 겨울 내내 시금치만 먹는 건 아닐까를 걱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런데 눈앞에 놓인 울 텃밭은 누군가의 손질로 딴판이 되어 있었다.

이건 아닌데, 농장주께 연락받은 바도 없고. 4년째 주말 농장을 하고 있는 우리로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작년 겨울 내내 잠재우던 것과 다르게 올핸 겨울 작물 시금치 씨앗을 농장주께 3 봉지나 사서 듬뿍 뿌린다고 그이와 농장주께 핀잔까지 받으며 심지 않았던가. 2천 평이 넘는 텃밭 중 달라진 곳은 우리 텃밭뿐이었다.

비닐을 정갈하게 덮어 바람 한 점 들지 않게 손질한 곳엔 무언가 작물을 심은 듯 보였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농장 주인께 전후 사정을 듣고자 텃밭 앞에 있는 집 문을 두드렸다. 외출 중인지 계시지 않으셨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번호도 모른다. 농장주인은 회사에서 받아 알고 계실 텐데, 연락을 따로 한 적이 없으니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이 또한 답답해 하긴 매한가지. 한 주를 아무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주어진 텃밭보다 조금 더 가장자리를 넓혀 옥수수와 호박을 심기 편하게 꾸려놓은 게 맘에 든 것인지, 농장주께서 비닐을 그렇게 꼼꼼하게 덮어준 것인지.

그렇다고 하기엔 그 많은 텃밭 이용자께 원성을 들을 게 분명하다. 누구 것만 그렇게 손질 관리해 주는 게 어디냐는 어린애보다 더한 투정을 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말 아침 가서 돌보고 있으면  농장주께서 뛰어나오시곤  했었다. 부족하고 서툴러 보이는 것 일러주고 가르쳐 주시고 푸념 같은 고민거리도 말씀하시곤 했다.


사람마다 요구하는 바가 달라 운영하기 쉽지 않은 듯. 텃밭 위치 배정부터 시작해 밭작물 종류에 이르기까지 참깨를 많이 심은 옆 밭은 작물이 시들시들하다며 따진 다는 것. 수확량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와도 밭 타령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였다.


우리는 잘 모르고  초보라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데, 밭 타령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니.


그렇게 따지고 항의한다고 중간에 이리 바꾸진 않을 텐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연락도 되지 않은 지금 상태에서 아 엎고 다른 걸 심었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참 고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답정 너라도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