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공인중개사 수험생들 파이팅!!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by 서비휘

지난 10월 31일 토요일은 제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전국에서 치러졌다.

수험생이 34만 명을 넘었다 하니 고3 학생의 수능시험 인원과 거의 맞먹을 정도이다.

수능시험이 대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라면

공인중개사 시험은 제2 제3의 직업군을 생각할 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전 국민 국가고시가 된 듯하다.


작년 이 맘 때 나도 집 근처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봤었다.

올해는 떨리는 마음은 있어도 그때와는 조금 편한 마음으로 그 장소엘 나갔다.

수능 당일 날 새벽같이 후배들이 고3 선배들 응원하는 마냥

오늘은 공부를 먼저 끝낸 선배들이 후배를 응원해 주기 위해

아침 7시까지 시험장 앞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미리 와 있는 여러 공인중개사 학원의 플래카드와 뜨뜻하게 수험생의 속을 데워줄

차나 커피,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나온 이들을 위한

당 충전용으로 사탕이나 초콜릿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험 치러 가는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거다.

새벽같이 나와 몇 시간이고 나눠줄 주전자 속 펄펄 끓는 물을 보노라니

내가 수험 준비를 할 때가 떠올랐다.

쪼꼬미들과 한 곳에서 10년 넘게 일했던 곳을 떠나 노원구로 3년 전에 이사를 왔다.

노원구는 쪼꼬미들과 북 미술관 견학차 두어 번 와 봤던 곳으로

이 곳으로 이사까지 오게 될 줄이야!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원장이 아닌 이상 쪼꼬미들과 일을 많이 해 봐야 1~2년.

계속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거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인중개사 학원이 있었다.

자격증을 따고 난 뒤 부동산 일을 바로 하지 않더라도

더 늦지 않게 따 두면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 것이니까

우선 공부라도 해 둬보자 그런 생각으로.


해마다 20~30만 명이 넘게 시험을 본다는 걸 보니

누구나 도전하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일 테다. 운전면허 따듯 쉬울 거 같았다.

길을 나서면 한 발 건너 부동산 사무실이 보이고 일도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아 보이니

일단 시작해보자.


저녁에 퇴근을 하고 학원을 찾아갔다.

그때가 2월 말쯤인데, 11월부터 기초 수업이 시작되었단다.

3월부터 시작하면 심화반 수준을 듣긴 하지만,

1, 2차 시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등록을 하라는 거다.

5월에 왔다면 이런 기회마저 없을 것이라 했다.

8개월 남았는데, 공부해서 1,2차를 동시에 딸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나 싶었다.

까딱하면 2년 해야 할 공부를 간발의 차이로 1년 안에 그것도 8개월 만에

합격할 수 있다니 이보다 신나는 일이 있을까!

꿈만 같았다.

11월에 등록한 사람보다 수업 일수가 적다며 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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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아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두 달 단위로 돌아가는 기초, 기본반이 끝난 상태인데,

교수님과 수강생들은 주거니 받거니 어느 정도 소통이 되고 있었다.

난 완전 다른 나라 이웃나라에 와 앉아 있는 듯 그들의 입모양만 보며

3월 한 달을 보낸 듯싶다.


기초, 기본반을 건너뛰고 심화반을 듣는다는 건

내가 덧셈, 뺄셈도 모르고 곱셈, 나눗셈을 하겠다고 덤빈 꼴이었다.

1차 과목 중에 민법이 있었는데, 그 말이 그 말 같은 걸 해석해서

알아듣는 게 정말 어려웠다.

~한다. ~못한다 했다가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얼마나 많은지...

법이 뭔지 모르고 법 없이 살아온 내가 민법 조문 집을 들고 앉아 들여다보려니

낑낑 끙끙 소리가 내 귀에 계속 들려왔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민법과 부동산 개론만 공부해 나가기도 벅찬데,

부동산 공법, 세법, 공시법, 중개사법 등 과목 이름 아는데도 한참 걸린 듯싶다.

8월까지 전 과목을 공부하다 안 되면 9월부터 1차만 하란다.

8월까지 전 과목을 하는 게 부담이었다.

그건 20~ 40대 머리 팽팽 잘 돌아갈 때나 나이가 있더라도 머리가 어느 정도 받쳐주는

사람들께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이야기였으니.


다른 과목은 들여다볼 겨를 없이 1차 과목만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나마 한시름 놨다 싶었다.

그런데, 집 식구들의 아우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년 고생도 죽겠는데, 2년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공부를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스스로 밥 챙겨 먹고, 지켜보는 게 힘들다면 머릿속에 담기지도 않는 걸

쑤셔 넣는 나는 어쩌란 말인가.

난관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것과, 집 안 식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까지

엎친데 덮친 꼴이었다.

공부하는 나보다 더 힘들다며 1년 이상은 안 된단다. 어이가 없다.

금방이라도 박차고 나와

‘더 이상 못하겠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와 기다리고 있는 그 말을 뱉을까 말까 수십 번을 더 생각했다.

끝까지 그 말을 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냐며 누군가 묻는다면,

내 뒤에 있는 두 아이들 덕분이었다고.

‘그것 봐, 엄마도 공부해 보니 쉽지 않지?

어무이도 하기 쉽지 않지요?’

하다가 조금 어려우면 손을 놔버리는 나약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배 한 척이 된 기분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막막하고 되돌아오자니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혼자 울기도 했다.

노래까지 듣다 보면 내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랫말에 처량해서 더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러다가 다시 맘을 추스르며

'노래가 맘을 이끌기도 하는구나!’

강의 중간중간 노래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으면서 공부했다.


자기들의 할 일이 많아지니 툴툴거리긴 해도 역시 가족밖에 없긴 했다.

저녁에 설거지도 못하고 지쳐 쓰러져 잘 때면, 아들이 깨끗이 씻어놓기도

많이 했고, 도시락 씻어 쭈욱 엎어 놓은 걸 볼 때면 다시 힘을 얻곤 했다.

여러 사람 힘들게 하며 그 해 1차, 다음 해엔 2차를 무사히 통과하였다.


지금은 초보 공인중개사로 일하며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라고 알고 살았는데,

더 너른 세상에 나와 알아가는 가운데 어리둥절한 시간의 연속이긴 하다.

매일 깨지고 부서지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려운 시험을 잘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기에

맛볼 수 있는 달달함이라 생각한다.


오늘 시험장에 들어가신 제31회 공인중개사 수험생들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 먼저 경험해 본 바로

조금은 알 거 같다.

제31회 공인중개사 수험생들 파이팅!!

부디 떨지 말고 차분하게 공부해 왔던

실력 발휘 맘껏 하시기를 가만히 두 손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