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슬픔을 더하면 더 행복해지는 그런 기분

당신의 마음이 머문자리는 어떤가요

by 헬로해피 최유영


슬픔에 슬픔을 더하면 더 행복해지는 그런 기분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던 어느 날이었어요. 저는 자동차 와이퍼로 눈을 스윽스윽 밀어내며 유리창에 떨어지는 눈에 취해 운전을 했습니다. 때마침 USB 저장 파일에서(클래식이 300곡쯤 들어 있어요. ) 파헬벨의 캐논이 나오더군요. 눈처럼 뿌려지는 파헬벨의 캐논. 조지 윈스턴의 캐논변주곡으로 더 익숙했던 클래식. 너무 황홀하고 좋은거에요. 저는 우체국에 우편물을 부치고 사무실로 다시 오던 중이었어요. 이 날은 회의가 있는 날이었죠. 보기 싫은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긴장되는 날. 그럼에도 저는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워 놓고 차창밖으로 눈내리는 풍경을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캐논을 계속 반복해서 들었어요. 이상하고도 벅찬 슬픔이 하얀 눈을 타고 살랑살랑 밀려왔습니다. 내 기분이 점점 더 침잠 속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오히려 슬픈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울고 나면 개운해지는 것처럼요. 슬픔에 슬픔을 더하면 더 행복해지는 그런 기분요.


그후로 전 제 마음에 슬픔이 미적지근하게 쌓이려하면 슬픈 노래를 들으며 미적미적 거리는 슬픔들을 왈칵 쏟아버리려 노력해요. 그러면 오히려 금세 마음이 가벼워져요. 누르지 않고 터트리는 힘. 감정은 터트려야 한다는 것.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감정을 누른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슬픈 일이에요. 그래서 슬픔은 더 진한 슬픔을 섞어 희석시켜버려야 해요.


어린 풀잎이 노랗게 머리를 떨구었네


너는 손끝이 닿기만 해도 파리하게 깨질 것 같은 날카로운 겨울이 좋다 했지.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까맣게 타버린 폐 속까지 밀고 들어오는 투명한 겨울 냄새를 사랑한다 했지. 그래서 너는 얼음 같은 사랑을 꿈꾸었나.


너는 아무도 들이지 않은 어두운 새벽을 마시고 싶어 했지.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어 했어. 눈밭아래 여린 숨을 쉬고 있는 너는 아직은 봄을 따라 갈 수 없다 말하네. 그래서 너는 봄바람을 마중할 수 없었나. 시기하는 삶의 이유들에 따뜻한 햇살을 뿌려줄 수 없었나. 너는 날선 꽃샘바람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옷깃 속에 머리를 묻는다.


“오지말걸 그랬어.” 애린 계절을 못이기는 척 떠나온 너는 말을 했지. “봄바람을 따라 나서는 게 아니었어. 차라리 눈밭아래 고요히, 차갑게 누워있을걸 그랬어. 어차피 따뜻한 당신의 품에 안길 수 없다면...” 어린 풀잎이 아련하게 말을 하지. 여전히 너는 얼음바람을 내게 몰고 와. 어린 풀잎이 노랗게 머리를 떨구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