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가고

당신의 마음이 머문자리는 어떤가요

by 헬로해피 최유영
여름은 가고


매미는 부쩍 말 수가 줄어 들었다. 아침 일찍 태양을 마중 나오지도 않고 밤늦도록 공원에 앉아 여름 밤하늘의 별을 헤이지도 않는다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검은 마음을 숨기며 빨간 말로 숨이 차게 밤낮으로 울어 재켰던 매미는 여름이 가면 지체 없이 떠나 가야하는 이방인이었다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하고 흘러야 할 것은 흘러야 한다. 그래야만 향기가 남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정지된 것들, 가령, 갇혀 있는 물과 흐르지 않는 마음은 고요를 가장한 체 악취를 풍긴다.


여름밤이 짙어지도록 빨간 입술로 빨간 말을 달콤하게 노래했던 매미는 이젠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여름은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오면 떠나가 버릴 검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여름밤에 잠시 머물다 떠나 갈 검은 매미이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자들의 연대


2018년도에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장면 중, 동훈이 도청을 들켜 숨어 버린 지안을 찾아가서 했던 말이 가슴을 친다.


“고맙다. 고마워. 거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 줘서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것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아파서 못살겠다.”


지안은 동훈이 불쌍하고 동훈은 지안이 불쌍하다. 서로가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은 서로를 치유한다.


나의 아저씨에서 있는 그대로의 지안을 이해해 주고 따뜻하게 품어 준 이들은 결핍 속에서 살아 간 고물상 어르신과 후계마을 사람들이었다. 그 결핍이 공동체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을 만든다. 결핍이 상처를 만들었지만 상처는 성자의 언어를 뛰어넘는 연대의 마음을 일으킨다.


마음에 상처가 머물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쉽게 알아보고 이끌리게 된다. 서로의 슬픔을 알 것만 같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 따뜻할 수 있다. 아픈 경험들이 마음을 일으키고 공감을 키운다. 보통의 경우,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타인의 아픔에 더 많은 연민을 느끼고 마음을 나눌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난해 본 사람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의 삶이 보이고, 슬픈 사람에게는 슬픈 사람들의 슬픈 눈이 보이고, 마음이 아파 본 사람에게는 마음이 아픈 자의 공허한 마음과 외로움이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위로하며 마음의 연대를 한다.


살아오면서 각각의 입장과 이유로 받았을 상처의 마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다해 나누는 상처받은 자들의 연대. 상처받은 자들은 마음의 연대를 한다. 마음의 연대는 숭고한 희생이 되고 나눔이 된다.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들의 연대에 의해 그래도 살만한 세상으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상처받은 한 사람으로서 연대의 마음으로 이 글들을 썼고 앞으로도 쓰고 싶다. 이 글들을 모일 수 있게 해준 참새방앗간 글쓰기 동무들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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