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을 믿어요

에필로그 - 말의 힘

by 헬로해피 최유영


좋은 말 한마디의 힘은 정말로 강력하다.


나는 장기 기억력이 나쁘다. 어릴 때 기억, 과거의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특히 나쁜일은 대체적으로 기억에 없으며 좋은 일들 몇가지만 기억하는 것 같다. 나쁜일들은 의식적으로 잊으려 하는 편이기도 하고.


좋은 기억들도 선명하지 않는데 어렴풋하게나마 잊지 않고 기억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한가지는 내 어머니가 해주신 것으로 내 사주에 관한 말이다. 어머니는 내 사주가 나쁘지 않다고 하셨다. 좋다가 아니라 그리 나쁘지 않다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둘째 언니는 사주가 엄청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사주를 그럭저럭 밥술은 먹고 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은연중 어머니가 말씀해 주신 내 사주풀이를 믿고 살아왔던 듯 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그래도 내 사주는 나쁘지 않아,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래서 인지 정말 나는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우리 가족에게 똑똑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나는 정말 내가 똑똑한 줄로 믿고 살았다. 팩트는 아닌 걸로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그 긍정적인 시그널 때문에 나는 최소한의 자존감은 지키고 살았던 것 같다. 몇 개의 칭찬의 말이 나를 지탱해 준 느낌이랄까.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나도 그랬다.


내 경험이 크게 와닿아 나도 아이들에게 칭찬을 은근 슬쩍 해주는 편이다. 너무 노골적이면 효과가 떨어질가봐. 슬쩍슬쩍. '너는 이래 이래서 훌륭해. 너는 이런 점이 참 좋아.' 등 진짜 내 아들들에게 긍정의 말이 좋은 영향력을 미치길 원하며. 이건 내가 결코 엄격해서가 아니라 고난도의 전략적인 테크닉이다. 믿거나 말거나.


내가 돌보는 J에게도 습관처럼 “J야 너의 하루를 축복해~”라고 매일 말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우리 아이들의 축복도 마음속으로 함께 빌어 준다. J만 축복해주기엔 멀리 떨어진 우리 아들들에게 미안해서. 어릴적 더 많이 못해준것이 미안해서. 얄팍한 나의 회개 심리이라고나 할까?


지난주에는 아픈 누나를 따라 병원에 온 8살 된 재현이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재현이는 병원 대기실에서 숙제를 하곤 했는데 나는 그 말의 힘을 생각하며 “재현이는 참 똑똑하구나. 그림도 잘그리고 집중력도 참 좋은데?”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다. 그런데 재현이는 “아니에요. 저 집중력도 없고 그림 잘 못그려요. 우리반 누구가 그림 더 잘그려요.”그러는 것이다.


재현이 엄마는 따뜻하고 자상하지만 조금 엄한 편이었다. 그래서 재현이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잔소리가 재현이에게 닿아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재현이를 볼때마다 더욱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 긍정의 피드백을 기억하고 더 높은 자존감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현이 정말 잘한다. 최고야~” 그랬더니 재현이가 나를 부쩍 따르고 좋아했다. 병원에 등장할때마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점점 자신감으로 넘쳤다. 역시 칭찬의 힘이다.


문득 나도 내 아들들이 어릴때 더 잘해줬으면 하는 욕심때문에 긍정의 피드백보다는 엄한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반성과 후회의 마음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시간은 흘러 지금에 이르렀음을. 그래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길 바라며 이 철없는 엄마는 곧바로 축복의 말을 보내고 만다.


"우리 아들들도 잘 지내고 있지? 너희의 모든날들을 축복한다.”


이곳에서 보내는 나의 축복의 말의 힘이 멀리 있는 우리 아들들에게도 닿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