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제 이야기로 소설을 써보세요

by 헬로해피 최유영

우연 씨가 말했습니다.


"언니, 제 이야기로 소설을 써보세요."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고 재미있고 담백하게 말하는 여자를 처음 봅니다. 우연 씨 아들 이야기로 말문을 터서 친언니이야기로, 자신을 정말 많이 사랑해 주셨던 아빠 이야기로 해서, 자신의 몸 두 배가 되는 친한 친구 이야기며, 고등학교 때 친구로 지내다가 지금의 배우자가 된 남편이야기까지.... 경상도 사투리로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 귀에 쏙쏙 박힐정도로 재밌더군요. 무엇보다 가식과 위선이 없어서 듣기가 편해요. 적당히 나쁜 사람 욕도 할 줄 아는 사람인데 좋은 사람을 대하는 우연 씨의 마음은 또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어요.


우연 씨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저와 결이 비슷해서 '나도 그래요!.'라고 응해주게 되니 우연 씨가 제게는 자기 속 이야기 하기가 참 편하다고 해요. 자신의 생각과 말들이 긍정의 피드백을 받는 느낌적인 느낌, 저도 참 잘 알고 있지요. 내 이야기나 투정이 대화 상대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때의 내가 부정당한 느낌도 너무 잘 알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답답해하는 우연 씨의 말을 열심히 듣고 싶었어요. 조심스러운 사람이 오죽 답답하면 말할까도 생각했지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서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았거든요. 경험이 이해가 되는 인생의 연륜이 쌓인것이지죠.


저도 덩달아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참 좋더라고요.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인 양 가식을 떨지 않아도 되는 그 기분, 정말 편안했어요. 그렇다고 우연 씨가 예의 없고 과하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나긋나긋 살랑살랑 향기롭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저도 따라서 조용하고 살랑살랑 말하는 습관이 베이는 것 같아요.


우연 씨는 초등학교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했어요. 저의 특징 중 하나가 개인의 역사를 먼저 물어보지 못해요. 혹시나 상처가 될까 아니면 밝히기 싫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그런 편이라서요.


부모님을 여읜 우연 씨는 큰 상실감으로 충격이 컸을듯 싶어요. 그럼에도 자신은 결핍을 잘 모르고 살았으며 자존감이 높다고 해요. 부모님이 살아생전에 막내딸 우연 씨에게 사랑과 귀여움을 듬뿍 주셨던 기억이 생생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언니와 오빠들이 엄마 아빠 역할을 대신 하며 각별한 사랑을 주셨다고 해요.


두 살 위인 언니가 자신의 속옷까지 빨아줄 정도로 애틋한 가족애라고 해요. 가난했지만 언니 오빠들 덕분에 정작 자신은 가난을 모르고 살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해요. 자기가 자존감이 높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항상 자신을 예쁘다 해주시는 남편분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여러분 혹시 눈치채셨나요? 우연 씨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저를 만나면 이렇게 저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처럼 살랑살랑 이야기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지요? 저는 우연 씨가 충분히 사랑받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우연 씨를 보면 한강의 여수의 사랑의 아련한 인물이 떠오르기도 하지만요.


소설을 좋아하는 우연 씨가 첫 만남부터 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언니, 제 이야기로 소설을 써보세요."라고 말할 때, 저는 참 엉뚱하고 제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우연 씨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우연 씨에게 영감을 얻어 제가 이렇게 저절로 글을 쓰게 될 줄을 몰랐어요. 저 이러다가 정말 우연 씨의 이야기로 소설까지 쓰게 되는 것 아닐까요?


모쪼록 우연 씨가 지금은 J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계속 순풍의 풀잎처럼 하늘거리며 따뜻하게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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