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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Jul 07. 2021

군대에서의 따돌림 문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또한 사람이 여럿 모이다 보면 동서고금 막론하고 따돌림이라는 것도 존재해왔다. 


군대에서 선 후임 간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해결이 힘든 난제였다. 선후임간의 갈등을 막고자 군대에서는 동기생활관 제도를 도입했다. 생활관에 동기들끼리만 있게 하여 부조리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 분명 이 제도로 인해 일과 외 시간에 선후임간 갈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동기들끼리 있다 보니 해야 할 일도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그들끼리는 강제성을 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동기들끼리 있어도 갈등은 생기고 때로는 따돌림도 발생한다. 



일병 중에는 현수(가명)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좀 게으른 편이었다. 물론 군대이고 일병이라 선임 눈치가 보여 단체생활에서 해야 할 것들은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위생관리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샤워를 잘하지 않고 빨래를 잘하지 않았다. 그냥 안 하는 게 아니라 냄새가 나도 하지 않았다. 몸에서는 냄새가 났지만 잘 씻지 않았고 모아둔 빨래에서 나는 냄새가 생활관을 뒤덮었지만 빨래를 하지 않았다. 동기들이 참지 못 하고 한 마디씩 했고 그때만 잠깐 하는 것 같다가 빨래는 다시 쌓였으며 나중에는 그 마저도 잘 듣지 않았다. 

게다가 현수는 코골이도 심했다. 코 고는 거야 사실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한데(원래 코 고는 친구들은 생활관마다 한 둘은 있다) 냄새가 나는 데다가 수면까지 방해하니 동기들 사이에서 많은 원성이 나왔고 동기들은 점점 그와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 문제는 그의 동기들에 의해 정식으로 보고가 들어왔고 그와 면담을 진행해 주의를 줬다. 당직사관들에게도 점호 때 그의 위생관리에 대해 철저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생활관 동기들이 아무리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알았다고 말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성격도 맞지 않아 생활관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기가 없었다. 유일하게 그와 친하게 지내는 동기는 옆 생활관에 있었으며 그는 생활관 내에서 입지가 좁아져있었다. 행보관이랑 상의 끝에 생활관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활관 조정이라는 것이 '명분'이 없이는 쉽지 않다. 포대장의 권한으로 얼마든지 조정은 가능하지만 상명하복의 조직이라도 명분이 없으면 불만이 나오게 되어있다. 

옆 생활관에 빈자리가 하나 있었으나 그 생활관에서도 현수의 행실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고 아무 이유 없이 생활관을 옮겼다간 자칫 잘못하면 폭탄 돌리기 식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생활관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서 옮겨야 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생활관을 이동해도 불만을 갖지 않을 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그때 마침 타 부대에서 민수(가명)라는 친구가 전출 왔다. 딱 현수랑 동기였는데 그는 타 부대에서 가혹행위 피해자였고 본인의 요청애 의해 우리 부대로 전출 오게 된 것이다. 민수는 현수와 같은 생활관을 쓰는 상혁(가명)이와 훈련소 동기였고 교회에서 종교활동을 할 때 한 번씩 봤는데 상혁이가 우리 포대가 좋다고 말했다며 그 부대 대대장에게 꼭 집어서 우리 포대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마침 현수의 생활관 이동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명분이 충분했다. 타부대에서 상혁이 훈련소 동기가 전출 왔는데 적응 차원에서 같은 생활관에 배치한다. 하지만 생활관에 자리가 없으니 옆 생활관에 친한 동기가 있는 현수의 생활관 이동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생활관 인원 중 하필 현수가 옮긴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의도가 보이기에 생활관을 옮기고 나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관리가 철저히 필요했다. 


다행히 현수는 새로운 생활관에서 큰 마찰 없이 지냈고 동기들 간의 갈등도 보고받은 내용이 없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현수가 크게 바뀐 것이 아니기에 마찰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이 나중에 타 부대에서 전출 왔던 민수에 의해 헌병대가 부대에 나오게 되는 사건으로 번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현수와 동기들 간의 마찰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현수는 그 후 다리를 다쳐 임무수행이 제한되어 다른 포대로 옮겨지게 되었다. 

(포대를 옮기고 나서 기적처럼 다리가 나아 카이저소제라는 별명이 붙긴 했지만)



이 일을 겪으면서 선후임 갈등 못지않게 동기들 간의 갈등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자라온 것이 아니기에 개인 성향상 맞지 않는 사람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만약 한 명이 다수와 갈등을 일으키면 따돌림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를 들여다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단정 짓기 애매한 상황도 발생힌다. 만약 따돌림 과정에서 폭력이 있었다면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단지 성향이 안 맞아서 배척하는 것이라면 강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람 간의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매뉴얼로 만들 수 없고 매뉴얼이 있어도 모든 것을 매뉴얼대로 처리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저 지휘관이 관심을 갖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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