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3장. 달라지는 게 느껴지지 않을 때

by 가시연

매일 조금씩 움직였는데, 왜 아직 제자리 같을까.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한 거리를 걸어 출근한다.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퇴근길에 같은 간판, 같은 버스를 본다.


그 속에서 달라지고 있는 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변화는 종종

침묵 속에서만 자란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에 띄는 흔적도 없이.


그러다 어느 날

오래 쓰던 컵의 손잡이가 조금 닳아 있는 걸 발견하듯

뒤늦게야 알아챈다.



정체기처럼 느껴지는 시기에는

시간이 유난히 무겁다.


시계는 제 속도로 가지만

내 시간은 멈춰 있는 것 같다.


노력은 공중에 흩어지고,

기록은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무 의미 없는 걸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런 순간마다

한 사람을 떠올린다.


대학 시절,

친구 민호는 마라톤을 준비했다.


처음 5km를 달렸을 땐

온몸이 무겁다고 했다.


한 달 뒤, 5km를 다시 뛰었는데

기록은 단 10초만 줄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줄었잖아. 10초가 열 번 모이면 100초야.”


그 말이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변화는 때로

물이 스며드는 속도로 온다.


종이에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천천히 퍼지듯,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안에서는 이미 번지고 있다.



달라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 날에는

내 안의 저울을 바꾸어야 한다.


무게를 ‘결과’에만 올리지 말고

‘지속’ 위에도 올려놓는 것.


오늘의 내가 어제와 다르지 않아 보여도

어제와 같은 일을 오늘도 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달라지고 있는 증거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이 감각을 여러 번 배웠다.


한 문장을 고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수십 번의 고침 끝에

글의 결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건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을 바라보는 나였다.



혹시 지금 당신이

한참을 걸었는데도 풍경이 똑같이 보인다면,

그건 길이 직선이라서 그렇다.


곡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방향이 바뀐 걸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당신은 조금씩 멀리 왔다.


증거는 없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는 게

부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늘 하루를 다 보내고

그냥 누워 숨만 고르는 것으로도

당신은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가장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