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움직였는데, 왜 아직 제자리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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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한 거리를 걸어 출근한다.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퇴근길에 같은 간판, 같은 버스를 본다.
그 속에서 달라지고 있는 나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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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종종
침묵 속에서만 자란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에 띄는 흔적도 없이.
그러다 어느 날
오래 쓰던 컵의 손잡이가 조금 닳아 있는 걸 발견하듯
뒤늦게야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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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기처럼 느껴지는 시기에는
시간이 유난히 무겁다.
시계는 제 속도로 가지만
내 시간은 멈춰 있는 것 같다.
노력은 공중에 흩어지고,
기록은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무 의미 없는 걸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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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순간마다
한 사람을 떠올린다.
대학 시절,
친구 민호는 마라톤을 준비했다.
처음 5km를 달렸을 땐
온몸이 무겁다고 했다.
한 달 뒤, 5km를 다시 뛰었는데
기록은 단 10초만 줄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줄었잖아. 10초가 열 번 모이면 100초야.”
그 말이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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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때로
물이 스며드는 속도로 온다.
종이에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천천히 퍼지듯,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안에서는 이미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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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 날에는
내 안의 저울을 바꾸어야 한다.
무게를 ‘결과’에만 올리지 말고
‘지속’ 위에도 올려놓는 것.
오늘의 내가 어제와 다르지 않아 보여도
어제와 같은 일을 오늘도 하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달라지고 있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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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면서
이 감각을 여러 번 배웠다.
한 문장을 고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수십 번의 고침 끝에
글의 결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건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을 바라보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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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당신이
한참을 걸었는데도 풍경이 똑같이 보인다면,
그건 길이 직선이라서 그렇다.
곡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방향이 바뀐 걸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당신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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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지 않는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당신은 조금씩 멀리 왔다.
증거는 없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는 게
부정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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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다 보내고
그냥 누워 숨만 고르는 것으로도
당신은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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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변화가
가장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