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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tpaper Sep 08. 2024

관계의 허술함

카톡은 잘못이 없다

사실 얼마 전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과 카톡으로 다퉜다.


카톡으로 대화하던 중 다툰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 정도면 해프닝으로 넘길 만도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그렇다고 사과할 용기도 얼굴을 대면할 기회조차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아직은 어린 거다.


함께 마신 커피가 얼마고

함께 본 영화가 몇 편이나 되고

함께 해결한 끼니가 얼마나 많은데

같이 걷었던 걸음이 얼만데 

왜 나는 평소처럼 그 상황을 해프닝처럼 넘기질 못했던 걸까


그날 이후로 뒤통수가 당기고 마음이 불편하다.


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버리는 인연이 있으면 더 좋은 인연을 만들면 된다고 

없어질 불편함만 생각하고 지금의 감정을 즐기라고, 하지만 뭔가 쉽지가 않다.


오랜 연인과 헤어진 느낌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차라리 이성이었으면 불편한 마음이 위로라도 될 텐데...


나이가 마흔쯤 되면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어지고 바다처럼 깊어져

이타적인 인생을 살아갈 줄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럴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도 감정의 온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사고의 전환이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니빳 던 순간들만 생각나고 그래서 상처가 됐던 기억들에 집착하게 된다. 


사람이 하는 말은 나에게 직접적인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다만 허공에서 돌아다니는 그 말을 내가 주워서 내 가슴에 꽂아 굳이 '상처'를 낸다고

그 또한 내 감정이고 내 책임이라고.....

당분간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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