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복에 부모님과 빙수를 주문해 먹었다.
두 분 모두 당뇨가 있어 아쉽게도 연유를 빼고 주문했다. 메뉴는 멜론빙수와 팥빙수
팥빙수는 팥이 달아서 먹을만했지만 멜론빙수는 정말 메롱한 맛이었다. 연유가 빙수에서 그렇게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몰랐다. 우유를 간 얼음에 그냥 멜론이 얹어 있을 뿐, 생각해 보니 연유는 빙수에서 소금역할을 한 것이었다.
아빠는 고혈압성 당뇨, 엄마는 몇 년째 당뇨약을 드신다.
그러므로 우리 집은 떡이나 케이크와 같은 당을 높이는 디저트는 절대 집안에 들이지 않는다. 아쉽게도...
엄마는 오랫동안 단 음식을 드시지 않아 조금이라도 설탕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진저리를 치신다. 단맛에 예민해진 것이다.
사실 이날은 중복이기도 했지만 엄마 생신이었다.
엄마와 아빠의 생신은 딱 일주일 차이다. 아빠 생신 후 일주일 뒤가 엄마 생신
얼마 전 아빠 팔순으로 다 같이 가족사진도 찍고 식사도 했는데 굳이 일주일에 뒤에 온 가족이 또 모이기 그랬는지 형제자매님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리기만 했다.
같이 사는 딸 하나 있는데 모르는 척 지나가기 민망한 것도 있었고, 중복 핑계로 저녁에 빙수를 함께했다.
나름의 조금 한 선물이었다. 선물은 몇 주 전에 이미 드렸지만 그래도 생일 당일에 같이 사는 가족이 아무것도 안 해주면 왠지 서운 할 것 같았다.
한여름 밤에 먹은 빙수는 달진 않았지만 시원한 맛은 꽤나 괜찮았다. 맛 좋은 빙수집을 부모님과 찾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가끔 이렇게 배달해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