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보다

by 스침



나는 풀이 좋다. 이름도 모르는 그대들이 좋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오늘 들판을 메운 그대들을 본다. 채 여물지 못한 어린 풀들이 바다에 수장되고, 아스팔트 위에서 숨이 막히고, 강물에 휩쓸려 죽어도, 무도한 자들은 일말의 수치심도 없다. 한겨울에도 악취가 진동하는 들판. 나는, 광장의 들을 메운 어린 풀들에게 부끄러워 잠을 설친다. 아,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서로 끌어안고 몸을 살라 들불이 된 광장에 바람이 모질지 않기를.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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