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짐싸기 시작!
수요일 저녁 비행기로 출발하는데
월요일이니 이틀 전 이로 구만.
어휴~~
열두 살 큰 아들 어린이 산악회에서 가는 지리산 종주 보내 놓고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주말에 놀기만 하다가 월요일이 되었네!
병원 다녀오느라 월요일 오전을 다 썼다.
둘째가 콧속이 아프다길래 혹시 염증이라도 났을까 싶어 소아과 데려갔다가 등교시키고.
막내이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에 데려갔다가 유치원 등원을 완강히 거부해 집에 데리고 있었다.
나는 3주쯤 전에 다친 손가락이 낫질 않아 정형외과에 다녀 옴.
오른쪽 검지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는데 이래저래 쓰다 보니 낫질 않는다.
통증이 더 심해지니 겁이 덜컥 나서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는데 역시 손가락에 반 깁스를 끼워주며 2주간은 사용 금지하란다.
그런데
이 아픈 손가락과 둘째 아들 덕에 오늘 큰 공부 했다.
오늘 일정이 촉박해서 마음이 너무 바쁜데 둘째 아들이 콧속이 아프단다. 몇 주 전에 콧속에 염증이 난 적 있어서 커지기 전에 냉큼 병원에 데려갔다. 진료실에서 콧속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데 너무나 미세하게 부어있어서 (그냥 보내기는 거시기했는지...) 의사도 코감기인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서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어찌나 부아가 나던지!
바빠 죽겠는데 쪼끔 아픈 걸 이렇게 병원까지 다녀와야 하느냐고,
나는 손가락이 아픈데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일 하느라 나을 새가 없다고,
손가락만 아픈 게 아니고 고관절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고,
너는 아프면 병원 데려다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고!
아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죄송하다고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별로 안 아픈 게 죄송할 일은 아니잖아!
아들이 더 심하게 아프길 바란 건 아닌데!
내가 요새 몸이 아픈걸 가족들이 관심 가져 주고, 집안일도 도와주기를 바랐던 건데!!
아이는 그저 콧속이 아프다고 말했을 뿐이고, 병원에 들렀다 학교 가겠느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인데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난리굿을 했구나!
며칠간 일하면서 손 힘을 쓰다 더 악화될까 봐 걱정하는 중이었다. 일을 하지도 못하고 안 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하고 무주룩한 상태의 연속.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부탁해도 참 야무지고 똑 부러지게 거절한다.
남편과 아빠가 아닌 본인 자신으로 살겠다고 '남편 파업 & 아빠 파업'을 선언한 남편에게도 집안일을 부탁하기에는 어쩐지 입이 안 떨어졌다.
남편의 파업을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가족들이 야속했었다.
그렇게 요새 내 속에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이 부글부글 끓다가 둘째에게 터져버렸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네가 잘 못 한건 없다고, 엄마가 소리친 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학교에 내려주었다.
차를 돌려 나오는데 아들이 창 밖에서 소리친다.
"엄마, 오늘 병원에 꼭 다녀오세요!"
아들의 진심이 느껴져 참 고맙고 찡했다.
등원을 거부한 막내와 (어제 형들이랑 개그콘서트 다 보고 자느라 피곤한 데다가 엄마의 난리굿을 보고, 병원을 세 군데나 들렀으니 집에서 쉬고 싶을 만도 하지...) 집에 와서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오늘은
아이들이 제 방 정리와 가져갈 옷 정리, 옷장 정리까지 싹 마쳤다.
그동안 나는 제주에 가져갈 캠핑 짐이랑, 살림살이들을 챙겼다.
고맙게도 일찍 퇴근한 남편이 짐 싸는 것을 돕는다.
(내가 난리 쳐서 지난 금요일부터 파업을 보류한 남편... 거절과 부탁이 어려운 우리 부부의 고질 병!!)
우여곡절 끝에
가족들의 도움으로 짐싸기와 집안 정리가 80퍼센트쯤 된 것 같다.
1.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할 것
2. 아프면 나를 보살펴 줄 것.
3. 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을 우선할 것.
오늘의 깨달음.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을 오감으로 깨닫게 됨..=_=;;
안 아프게 깨우치는 법 없나??
만날 깨지면서 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