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제주를 만나다.
제주 일정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와 있네.
집안 정리는 뜻대로 되지 않고,
생전 안 아프던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여름 내내 안 오던 비는 갑자기 주룩주룩 와서 빨래도 못하고,
남편은 뜬금없이 마흔셋에 사춘기가 오고,
큰 아들은 산악회에서 지리산 종주를 떠났다가 호우주의보로 입산통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래서 밀린 설거지 집어던지고, 오래간만에 쨍한 햇볕인데도 세탁기 속 빨래를 그냥 두고 나와 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커피 한잔 사 들고 걸으니
한결 상쾌해지는 기분!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관.
이중섭, 백 년의 신화.
전시 끝나기 전에 보자는 마음으로 찾아 간 건데
뜻 밖에도
전시장에서 제주를 만났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전시장에 없었던 같다.
한국 전쟁 중에 이중섭이 가족들과 피난 갔던 제주 서귀포.
그곳에서 일 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살면서 이중섭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들과 먹고 살기 팍팍하긴 했겠지만)
천진하게 벌거벗은 소년들, 물고기, 게, 꽃과 나비들...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따스한 그림들!
아직도 고추를 달랑거리며 집에서 뛰어다니는 우리 아들들이 그림 속에 보여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제주에서 느끼길 바라는 모습이 고스란히 그림 안에 표현되어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아이들의 눈부신 모습.
부드럽고 따스하고 역동적인 모습.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한 그의 편지들을 보며 마음이 찡해 눈물이 나왔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상남자 이중섭. 그에게 반해버렸다!!
이번 전시를 보고
제주, 평화로움, 소년들, 자연, 가족, 사랑...
이런 것들을 가슴에 담아 오니
힘이 좀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