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
구체적인 꿈이 있어야 동기부여가 확실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목격하면서 나만의 꿈을, 나의 인생 계획을, 목표를 부지런히 구체적으로 세워 갔다. 누군가 묻는다면 일장연설이 될 것 같이 꿈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구체적인 꿈을 준비하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때 구체적으로 힘들어지더라.
이리저리 간을 보지 않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확고하게 정하고 그 길을 개척해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수많은 세월을 그 길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러나 그 길을 아무리 가도 나오는 것이 없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양 옆에는 두꺼운 벽이 있다. 그저 습관처럼 가던 길 가지만 무언가 나오리라는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했다. 다른 주변 사람들의 귀감이 될 정도로 꾸준하고 열심히 했다. 그럼에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지금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보다 먼저 잘 된 사람은 나중에 힘들어질 거라고, 너는 젊은 날에 많은 고생을 했으니 나중에 빛을 볼 거라고. 글쎄,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불행을 바라고 싶지 않다.
후회한 적 없다. 왜냐면 애초에 나의 길을 선택할 때부터 다른 길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금 선택한 길 말고 다른 길을 갔을 때의 내 모습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나이, 이 상태에 다른 길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후회를 안 한다고 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나의 슬픔과 우울함이 후회에 배당되지 않았을 뿐이다.
의심하지 않았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외로워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삶을 위해서는 안고 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하는 노력들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어떤 한 가지를 이룬다고 하더라도 기쁠 것 같지가 않다. 그 뒤에 또 다른 수많은 어려움들을 맞닥뜨려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기만 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 뒤에 무엇이 오더라도 지난 고통을 상쇄시켜주진 못할 것 같다. 젊은 날에 누려야 할 것들을 젊음과 함께 모두 희생시켰다. 나중에 그 무엇을 누릴 수 있다고 한들, 젊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흉내만 낼뿐이다.
나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 믿어 왔다. 힘들 때면 그 말을 떠올리면서 버텨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믿음조차 깨져가고 있다. 난 점점 나 자신이 싫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