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엄마가 한창 암 투병 중일 때였다. 우리 집은 경남 하동인 반면 진료받고 주사 맞아야 할 병원은 서울에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다 같이 갔으나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엄마는 혼자 다녀오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혼자 병원에 갔던 날에, 엄마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급히 응급실에 실려가 검사를 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척추 쪽으로 전이되었던 암이 신경을 눌렀던 모양이다.
꽤 크고 아픈 수술이었다고 한다. 회복되기 위해 중환자실에 얼마간 머물러야 했다. 고통이 심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아빠가 곧장 올라갔으나 나 만큼은 오지 말라 했다. 수험생이었던 나에게 하던 공부나 집중하라고. 투병 기간 동안 함께 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아들도 보고 싶었을 테고 수발 들어주는 사람이 하나보다는 둘이 더 나았을 텐데 나 보고는 그냥 있으라 그랬다. 때마침 시험도 얼마 안 남은 시점이기에.
혼란스러웠지만 시킨 대로 하던 공부나 집중했다. 집중했나? 확실한 것은 회복 후 집으로 내려올 때까지 난 계속 한 장소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하던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합격하고 잘 살았다는 스토리가 되기를 원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이듬해에 죽었고, 나는 몇 년째 실패하고 있다.
죽을병에 걸려서 죽을 정도로 아픈 수술을 한 상태에서 나에게 베풀었던 그만큼의 배려라면, 난 지금 시점에서는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인생을 어느 부분이나마 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처참하게도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죄책감의 문제는 아니다. 그 후로 엄마가 죽을 때까지 항상 곁에 있었다. 노력의 문제도 아니다. 눈물과 슬픔을 억누르며 손에서 펜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그런 아픔을 곱씹으며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는 노력과 집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망해버린 것은 잘못의 차원이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내가 이런 모양이라도 엄마는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만 아쉽게도 그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 가까운 사람들보다 내가 내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인생에 알량한 생각들이 흘러가는 와중, 갑자기 엄마가 해준 시락국이 먹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