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by 하동소년

누구에게나 주어진 그릇. 사람마다 모양도 크기도 다르지만, 그게 어찌 되었든 그 그릇에 행복을 채우려고 많이들 노력한다. 누군가는 분에 넘치게 채우는 사람이 있고, 딱 거기에 맞게 채우는 사람이 있고, 별로 채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분에 넘치게 채우는 사람은, 조금만 흔들려도 내용물이 모두 쏟아져, 가진 것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별로 채우지 못한 사람은 가지지 못할 까봐 좌절하며 살아간다. 딱 맞게 채운 사람은 비로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된다.


나에게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약간의 내용물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텅텅 비어버렸다. 채우려고 고생하고 노력할수록 멀어져 갔다. 이런 텅 빈 그릇을 보고 감사한 삶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싶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