Φ
園 2
Φ φ
그리스 문자의 21번째 글자
/ "phi (피, 파이)"
대문자 : 철학을 상징
소문자 : 황금비의 기호, 카메라 렌즈와 이어폰의 꽂는 금속 부분의 지름
아이는 다리 위에 서 있다.
굴곡 아래에는 동그란 연못.
다리는 연못을 둘로 나누고,
연못 너머 양쪽 세계를 나눈다.
꿈과 현실, 고통과 환희,
깊고 넓게는 죽음과 시간.
다리는 반으로 잘린 원,
연못 아래에 잠긴 나머지 반.
고로, 두 반원은 서로를 원한다.
밖에선 눈이 내리지만,
안은 초록빛 생명으로 가득하다.
눈송이가 아이의 솜털처럼
보송하게 느껴지는 이유.
"이유."
눈은 녹아 사라지지만,
생명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해.
"못해."
거기 누구 있니?
"있니?"
왜 나를 피하는 거야?
"피하는 거야."
네가 안 보여.
"보여?"
아이는 연못 안을 뚫어지게 본다.
연못에 떨어진 눈, 꽃잎으로 변하지만
내가 안 보여.
"보여."
하얀 꽃잎은 물보라를 일으키고
수면 밑바닥에서부터 떠오르는
그리운 소년의 형상.
동그란 연못을 한참 맴돌던 아이는
또다시 다리의 중앙에 선다.
눈부신 소년이여,
난 널 헛되이 사랑했어요, 잘 가요. *
"잘 가요."
qd. QD. 다리의 왼쪽은
매일 폭발 주의, 안전거리 확보 !
CD의 중심처럼 연못이 소용돌이치다.
cq. CQ. 다리의 오른쪽,
감복하여 치밀하게 오가는 신호 ¡
되돌아가는 대신
다리 건너편의 세계로
새벽을 지나 원을 가로질러
달리는 아이의 뒤로
일어서는 다리의 나머지 반쪽,
일곱 가지 태양과 약속 그리고 미래.
아이야,
언제나 연못이 있는 정원을 기억하렴.
초록빛 기억으로 언제나 되살아나렴.
저주받은 정령이 내리는 축복 !
푸르게 물든 연못 위의 꽃도.
연못 아래 내리쬐는 유연한 뿌리도 ¡
Claude Monet (1840~1926)
<수련*> 연작
Water Lilies, 1905
Water Lilies, 1908
Water Lilies and Japanese Bridge, 1899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laude_Monet_-_Blue_Water_Lilies_-_Google_Art_Project.jpg
https://museu.ms/article/details/110232/daily-art-story-monets-water-lilies
*
수련
睡 蓮
Water Lily
Nymphaea
νυμφαία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자연의 정령 님프(Nymph)로부터 학명의 'Nymphaea'가 유래했다. 한자어의 '잠자는 연(蓮)'은 꽃이 낮에 피고 저녁에 오므라드는 주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붙여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두고 태양 같다 여겼으며 토지와 생물에 생명을 주는 나일강에서 자란다는 이유로 수련을 신성시했다. 특히 하늘색 수련을 귀중하게 여겼다.
- 민태영 , 박석근 , 이윤선, 「9. 수련」, 『경전 속 불교식물』(2011.5.9.) 참고.
*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숲의 님프 에코(Echo)는 헤라의 분노로 상대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하는 저주에 걸린다. 에코는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Narcissus)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의 뒷말을 따라하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한편, 나르키소스는 맑은 샘물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 결코 닿지 않는 사랑의 환영에 괴로워하던 나르키소스는 결국 물 위의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Oh marvellous boy, I loved you in vain, farewell." 함께 있던 에코가 이를 되풀이한다. "Farewell."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 시신은 사라지고 하얀 꽃잎을 가진 수선화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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