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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비버 Dec 17. 2021

#3 촌집으로 일 벌이기

우리가 집을 찾아 나선 이유 

2021.05.10.             노박 집에서 작당모의 

2021.07.27 - 09.30.  빈집 수배 

2021.09.03 - 09.04.  빈집으로 일 벌이기 킥오프


친구에서 팀으로, 한프로와 노박

  일이 벌어지는 순간은 다소 허망하게 흔한 장면이기 일쑤다. 촌집라이프의 시작 또한 마찬가지.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 잔씩 걸치며, 사는 얘기, 일 얘기, 아파트 얘기 하다가, 어찌저찌 하고 정신차려 보니 다같이 촌집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노박의 아파트 얘기가 발단이다.

노박의 '우리집' 거실 풍경

  건축과 도시, 부동산을 업으로 하는 친구들이 모여 아파트 얘기를 한다. 1년 전 결혼해, 일산 외곽에 신혼집을 마련한 노박이, 부인의 갑작스런 이직으로 인해서 신혼집은 세컨하우스로 사용하며, 평일엔 성남 어머니 댁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컨하우스를 가진 본인의 현재 생활이 얼마나 근사한지에 대해 설파하며,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공간으로서 퍼스트하우스가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기에, 지금 우리의 아파트는 적합할까? 원룸보다 조금 커진 전셋집에 직장인이 된 나의 몸을 잠시 뉘였다가 아침에 다시 거둬 나온다. 결혼을 하며 배우자와 합친 살림살이는, 어쩐지 커진 집 크기보다 더 비대하다. 그래도 신혼 기분에 맞춰 새 가구로 분위기를 만들어 보지만, 아이가 태어난 직후, 집은 커다란 아기방이 되어버린다. 라이프만 남고 스타일은 사라진 집에 대한 불만을 호캉스나 여행으로 풀어도 보지만, 멀리 있는 여행 말고, 가까운 내 진짜 라이프에도 스타일을 담아내고 싶은 욕망은 점점 커진다.


노박네 집 앞 하천변 풍경

  노박은 주말에만 가는 일산 집을 '우리집'이라고 불렀다. 살림살이 없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_리클라이너, 다기와 다탁, 운동실, 요가매트, 몇 권의 책들로 구성된 세컨하우스가 우리집이고, 매일 출퇴근하는 성남집은 '엄마집'이다. 절대적인 체류 시간까지 근거로 든다. 집에서 눈 감고 자는 시간 제외, 주4일 4시간씩 보내는 '엄마집'에 비해, 주말 내 일도 하고, 차도 마시고, 산책도 하며 보내는 '우리집' 체류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어쩐지 설득된다.


  1년 전, 충남 공주시로 이사간 비버는 서울 원룸 월세 가격에 30평대 아파트를 빌려 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라이프스타일에 목 매는 습성 상, 좁은 집을 못 견뎌 친구들과 셰어하우스를 만들어 살기도 했다. 공주로 거주지는 옮겼지만, 서울에서의 일들도 계속 돼, 남자친구 집을 매주 오간다. 서울과 공주의 임대료 차이만큼 반비례하여 맛있어진 음식과, 넓어진 생활공간에 만족하며, 서울-공주 두 집 살이 예찬을 늘어놓는다.

비버의 '공주집' 거실 풍경. 서울의 원룸 월세가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 같았다. 건축과 도시에 관련된 일을 하며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반면, 실제의 삶은 포화를 넘어 공간이 숫자로 치환되는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소멸의 과정에 남겨진 빈 집들, 빈 공간으로 마음이 모아졌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먼저 그렇게 살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파트에 담지 못한 평범하고 완벽한 나의 하루를 찾아 시골로 갔다.


비버의 '공주집' 앞 금강변 풍경





[촌집으로 본격 일 벌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VVmHKvCA2TQ&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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