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친구와 생각을 나눠봤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요 며칠 동안은 3-4년간 가깝게 지낸 동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무척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고 재미있는 주제들로 수다를 떨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바뀌어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 주식과 가상 화폐 얘기, 둘 다 SF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서 로봇의 발전과 인간 노동력의 대체 가능성과 시점, 로봇 전쟁에 이르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네요.
그중 11월 미국 대선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바이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를 예측해 볼 수 있겠냐는 겁니다. 저는 이전 포스트에서 조금 언급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1)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11월 이전에 공급되어 국민들이 안정을 찾을 경우
2)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고 다시 안정권에 든 경우
3) Black Lives Matter처럼 인종차별 이슈가 전국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이슈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아닌 것 같다
는 세 가지 이유를 댔습니다. 그러고 나서 친구에게 너는 이번에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물으니, 투표는 할 것인데 바이든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뿔싸!)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죠.
미국인 친구가 생각하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이유는:
코시박이 언급한 세 가지 이유 모두 논리적으로 타당해. 그런데 두 가지 빠진 것이 있어.
1) 정치와 학계 전문가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예측은 신뢰할만한 것이 못 돼. 4년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힐러리 후보의 우승을 점쳤어. 힐러리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이룬 것이 딱히 없었는데, 샌더스 후보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민주당에서는 힐러리를 후보를 밀어준 거야. 바이든 후보도 다르지 않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부통령이었다는 것 외에 본인이 정치인으로서 성취한 것이 무엇이지?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이면서도 적당히 안정적인 사람을 내정해놓고 후보 간 경쟁을 시킨 민주당의 대선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어.
2) Black Lives Matter 시위야.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말할 것이 있는데, 그것들을 말하기 전에 우선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나 전 국민이 미국의 시스템에 있는 인종차별(systemic racism)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을 없애는 일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의미 있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여기서 언급하고 싶었던 것 두 가지는
i)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와 핵심 메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Black Lives Matter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는데, 일부 메시지에는 찬성하지만 일부 메시지에는 동의할 수 없었어. 첫째는, 경찰 양성 교육 기간을 늘리고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디펀딩(defunding)이 옳은 방식인지는 의문이야. 경찰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면 실질적인 피해 지역은 어디일까? 백인 지역일까? 아시안이 사는 지역일까? 통계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장 범죄율이 높은 지역은 흑인 거주 지역이고 디펀딩을 하면 그 피해가 제일 큰 지역도 흑인 거주 지역이 될 거야. 지역별 범죄율 통계 때문에 경찰이 흑인 지역에서 경비를 더 삼엄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인간의 편견과 폭압으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경찰들은 근무 시 '언제나' 카메라를 착용(police body cam)하도록 바뀌어야 해. 경찰 본인을 보호하고 (증거 확보) 경찰 본인의 우발적 행동을 조심해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 외에도 마르크시즘을 강조하는 시위 문구들이 있는데,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BLM 이름으로 각 지역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가게들 불지르기와 도둑질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걸 백인이나 아시안이 얘기하면 인종차별주의자가 돼. 흑인 커뮤니티 내에도 더 똑똑하게 시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본인들의 의견과 같지 않으면 흑인임에도 진짜 흑인(real black)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고 배제(exclusive)하는 문화에도 동의하기 어렵고 아쉬운 부분이야.
ii) BLM 시위에 참여하는 백인들을 White Allies라고 불러. White Allies는 주요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서 목소리를 높여. 그런데 미국인들 중 많은 수가 본인의 일을 잘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과 집을 보살피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이들은 뉴스에도 소셜미디어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아. Black Lives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지 우리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이 집계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은 인종 문제 때문에 트럼프 대신 바이든을 뽑을 이유가 없어.
그래서 너는 바이든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뽑을 것이냐, 물었더니 본인은 'independent' (민주당이나 공화당 지지가 아님)를 찍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한국은 대통령을 어떻게 뽑느냐 묻길래, 제가 한국은 국민들의 한표 한 표의 합으로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했을 때 미국도 그렇게 바뀌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 친구는 2016년에 샌더스를 지지했고, 2020년에는 앤드류 양을 지지한 백인 친구이며, 본인의 정치적 색깔을 중도에서 살짝 우 쪽이라고 밝혔습니다. 친구의 코멘트를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최근 몇 년 그리고 몇 달 동안 고민하고 있는 이슈의 논쟁 구조와 포개지는 부분도 있고, 주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 포스트에는 상세하게 적지 않겠지만 친구의 코멘트에 가지를 쳐서 수십 분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2016년에는 샤이 트럼프 층이라고 불린 미국인들이 주목받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바이든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무당층의 투표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수 있을까요? 투표권을 가진 미국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친구의 동의를 구하고 포스트를 했습니다.
토요일 새벽에 이 글을 쓰다가 저장해 두었는데, 오전 11시 40분 쯤 저희 동네에서 두 번째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드는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찾고, 더 나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미국의 다이내믹을 경험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생각이 짙어집니다.
2020년 7월 25일 오늘 토요일 오전 11시40분에 촬영한 BLM 시위
2020년 6월 27일 정오 Black Lives Matter 우리 동네 첫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