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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y 30. 2023

파견라떼

‘꽃들에게 희망을’ 희망광장 희망텐트촌, Occupy 99%의 저항!

봄이다. 2012년 꽃피는 춘삼월. 지난 겨울 희망뚜벅이는 열심히 걷고 걸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공장을 포위하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쳤다. 하지만 희망뚜벅이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그곳이 아니었다. 서울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희망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린 이 곳을 희망광장 희망텐트촌이라 부르기로 했다. 봄이 오는 3월이니 꽃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늘 그렇듯 상징 이미지 제작을 이윤엽에게 요청했다. 주제는 ‘꽃(노동자)들에게 희망을’이라고 전했다. 뚝딱뚝딱 이미지가 나왔다. 투쟁하는 노동자, 희망, 광장 등 다양한 연관단어들을 떠올리다보니 미국 동화작가 트리나 폴러스의 그림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이 떠올랐다. 애벌레가 희망을 찾아 힘겹게 여행을 하고 좌절에 빠질 즈음 나비로의 변태를 통해 새롭게 삶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투쟁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엽은 우리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나보다. 상징이미지의 제목이 <꽃들의 희망>으로 살짝 바뀌어있다. 누군가에게가 아닌 ‘우리’를 강조한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꽃들에게 희망을’ 희망텐트촌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경찰의 제지로 몸싸움도 하고 고립도 되고, 텐트는 내려놓는 족족 빼앗겨 펼침과 동시에 망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16년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의 시작이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이틀을 싸우다 간신히 텐트를 친 희망텐트촌 사람들은 매일매일 아침 시청광장을 돌며 조깅을 하고(건강한 것이 투쟁!),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시민선전전을 했다. 식사조가 만들어져 인근 사무실에서 식사를 만들어 오면 다 같이 아침을 먹고 하루 온종일 봄 햇살이나 꽃샘추위를 견뎌야 했다. 얼굴은 까맣게 탔고 몸은 추위에 움츠러들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아래 대규모의 시위가 있었고 경제중심지였던 미국 월가의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1%의 자본이 부의 50%이상을 차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로 시민들은 경제중심지 월가를 점령한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우리는 99%다”였다. 이 구호는 세계로 번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저항에 동조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희망광장 희망텐트촌 사람들도 Occupy 운동으로 1%의 자본과 싸우고 있었다. 과거 아주 오래전부터 자본의 횡포와 싸우는 희망광장 사람들이 광장투쟁을 하는 것이 바로 Occupy가 아닌가. 광장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대안을 모색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고 피켓시위와 시내행진, 선전전을 매일 진행했다. 99%의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희망광장 텐트를 설치하고 하루가 지났다. 제주도 강정마을 바닷가에 살고 있던 구럼비 바위가 폭파됐다는 소식과 함께 상징의식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급하게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했다. 구럼비 바위가 무척 진한 까만색으로 보였던 필자는 검은 천을 급하게 구하기 위해 동대문 천 시장으로 갔다. 길게 통으로 만들어 구름비를 형상화 하고 이를 이용해 사람들과 함께 행동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검은 천으로 만든 구럼비 바위 속에 희망광장 사람들이 들어가 살아 움직이는 구럼비 바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구럼비 바위 검은 천 속에 사람들이 움직이면 그대로 구럼비가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그림 그리는 전진경은 검은 천으로 만든 바위 위에 “구럼비 바위는 살아있다”, “구럼비 폭격을 멈춰라”,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지 말라”는 글을 멋지게 써 넣었다. 구럼비 바위가 깨지고 폭파되는 것이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려 탄압 받는 모습과 닮았다. 구럼비 바위 천 속에서 노동자들이 터널을 통과하듯 하나 둘 웃으며 나온다. 희망광장도, 구럼비 바위도 더 이상 깨지고 폭파되고 탄압받지 않기를 희망했다.       


        

며칠이 지나자 광장의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또다시 뭔가를 기획해야 한다. 가로세로 1.5미터짜리 현수막 20개를 준비했다. 시청건물 펜스를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희망광장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기로 마음먹고 현수막을 펼쳤다. 크레파스와 물감을 준비하고 설명을 했다. “우리의 투쟁을 그려주세요. 우리의 요구를 그려주세요. 사람을 그려도 좋고 꽃을 그려도 좋고 구호를 쓰셔도 됩니다.” 한참이 지나도 사람들은 그냥 서 있었다. 손이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그리라고 해도 선 하나 긋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지 조금 서글퍼졌다.    

  

한 사람을 정해 펼친 천 위에 누우라고 했다. 그리고 누운 형태 그대로 그림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선으로 그려진 그림자 그림에 색을 칠하고 말풍선을 그려 넣고 구호를 썼다. 일종의 샘플 작업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로 누워 자신의 몸을 선으로 그려달라고 했다. 그제 서야 사람들은 붓을 들고 물감을 칠하기 시작한다.    

  

다양하게 그려진 이미지들은 시청 공사 펜스에 붙이기 위해 청 테이프를 쭈욱 찢어 벽에 꾹꾹 눌러 붙였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에 금새 떨어져 버린다. 다시 붙이고 붙이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거리 전시장이 완성됐다. 희망텐트 위로 붙여진 그림들이 조금은 썰렁해 보였다. 광장이 넓어서 그런 건지. 경찰에게 둘러싸여 고립된 느낌이라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었다.     


      


봄이다. 그래서 꽃을 준비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미니화분을 한 트럭 받았다. 휑하던 희망텐트촌에 꽃을 놓아 본다. 조금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꽃들의 희망’을 상징하는 꽃이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노동자의 꽃이다. 이 꽃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우리가 왜 광장에서 노숙을 하는지 이야기 한다. 우리의 요구가 무엇인지 이야기 한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어떤 사람들은 꽃을 파는 것이냐며 가격을 물어 오기도 하고 어두운 밤에 몰래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우린 꽃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과 조금은 편하게 소통하게 되어다. 그리고 희망광장 사람들은 꽃 사이에 누웠다. 하늘을 본다. 2012년 3월 31일로 광장의 투쟁은 정리 되었다.  


                         

그리고 다시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이 들려왔다. 22번째 죽음이다. 대한문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자본을 규탄했다. 이제 쌍용차 노동자의 투쟁은 당사자들만의 투쟁이 아니었다. 덕수궁 앞 대한문에서 1% 자본의 사회적 살인에 대한 규탄의 소리를 냈다. 그리고 분향소를 설치했다. 정부의 탄압은 인간의 죽음 앞에서도 잔인하기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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