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티키타카 #6
혹시 아시안게임 보셨나요? 축구나 야구팬이라면 분명 봤을 것에 한 표! 좋아하는 선수나 한일전 때문이라도, 중국팀은 어떻게 할까 하는 호기심에서라도 또는 연일 포털에 등장하는 뉴스 때문이라도 어쨌든 봤을 겁니다. 물론 남자 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대도 혜택을 받는다니, 관심이 아닐 수 없죠. 그러고 보니 아시안게임이 벌써 열흘 전에 끝났군요. 시간이 빠른 건지 우리 기억이 짧은 것인지. 먼 옛날얘기 같기도 하고, 뭔 이유든 대회가 뿜어주던 열기도 바로 식은 듯합니다.
체육판에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사실 저는 그리 열성적 스포츠팬은 아닙니다. 물론 주요한 게임이나 대회 진행 관련 뉴스는, 순발력이 조금 떨어질지언정, 최소한 헤딩이라도 찾아보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뉴스를 봤죠. 아시안게임이 끝나가는 막바지에 대한체육회장이 그랬다는군요. 내년 2024 올림픽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올림픽 준비를 위해 진천선수촌에 들어오는 국가대표는, 선수촌에 들어오기 전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게 한다고요. 그러면서 대한체육회장 자신도 해병대 훈련을 받겠노라 했다네요.
이 뉴스에 많은 사람이 ‘이게 뭐냐’ ‘시대가 어느 시댄데’ ‘꼰대’ ‘적폐’ 하며, 댓글은 주로 비판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부정적이지만 대한체육회장이 자신만의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몇몇은 해병대 훈련을 찬성하기도 하죠. 곳곳에 샤이 해병대 훈련 동의자가 숨어 있습니다.
국가대표의 해병대 훈련의 필요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제쳐놓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대한체육회장은 진심이었을까? 정말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 3위를 차지한 것이 그리도 문제였을까? 그래서 단호한 결정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까? 그는 진정 해병대 훈련이 뭔가 아쉬운 국가대표의 실적을 더 올려줄 것이라 믿는 걸까?
마음 한구석의 답답함은 대한체육회장이 표정 변화 없이, 사실 진지하게, 자신의 재량으로 이러한 결정을 하고 공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하던, 하지 않던, 대한체육회장은 그러한 권한이 충분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여전히 국가대표는 국가의, 또는 대한체육회장의 결정권 아래 있다는 암시적 내면 인식을 표현한 것이죠. 저와 우리 모두 대부분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이죠.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10여 일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이미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뭐 다 그런 거지만, 벌써 잊힌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쉽긴 합니다. 우리가 경기와 선수만을 보고 있는 사이, 그리고 기어이 금방 잊는 사이, 체육계 이면에서는 ‘해병대 훈련’과 같은 우리의 상식과 다른 일들이 벌어집니다. 선수들은 우리와 딴 세상을 마주해야만 하죠. 우리가 열광한 만큼 선수들에게는 우리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면의 이상한 일들이 없도록 말이죠.
스포츠 티키타카
우리 모두 알고 있죠. 그런데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번번이 굳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그 대가를 치르고 말죠. 스포츠 말입니다. 스포츠는 지금 건강 할까요? 우리는 충분히 스포츠를 잘 살피고 있을까요? 한번 얘기 나눠보죠. 생각이 확 깰 수 있을 겁니다.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기본적으로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몸과 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특별히 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