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건강보험보공단 3차 파업농성 23일째
지옥 같은 날씨다!
회피하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귀 막은 문재인대통령, 답없는 코로나19.
지난 7월 5일 시작한 원주 건강보험보공단 3차 파업농성장으로 파견을 나왔다. 나 자신을 파견 보낸 나는 매일매일 고객센터 조합원들의 서글프게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지난시간 투쟁현장에서 반복했던 기억의 기록이 아니라 기록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이들의 투쟁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길이며 반드시 이겨야하는 외침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차 파업 당시 김용익 이사장은 농성중인 노동자들 앞에서 단식이라는 골때리는 대응책을 내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인양 언론플레이를 했다. 공단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수작이다.
국가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에 대통령은 귀를 틀어 막은 건지, 눈에 풀을 붙인 건지 묵묵부답이다. 정권말기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광화문 세월호 기억관이 무너지고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일성으로 말했던 공약은 허공에 흩어져 버린 것인가?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지나 말던가!
이기적인 인간들의 군상을 본다. ‘너도 잘살고! 나도 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셨던 백기완 선생님이 생각나는 날들이다.
‘너는 그냥 억울해도 참고 살아! 니가 못나서 그런 거고, 니가 부모 잘못 만나서 그런 거고, 니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만 잘 살 수 있으면 니가 죽든 말든 상관없어’
매일매일 공단직원과 경찰들에게 듣는 말이고, 보이는 표정이고,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고 있는 바로 이곳이 지옥이다.
코로나19와 폭염은 더 답이 없다. 코로나19의 확산경로를 보면 대부분 실내감염이다. 감염의 원인이 농성하는 노동자들 때문이라며 상인들은 장사가 안되는 이유를 억지로 떠넘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단건물은 경찰차로 사방을 막고는 화장실조차 개방하지 않고, 경찰은 이동식 화장실차가 망가져서 자신들도 쓰지 못한다며 대여를 거절했다. 상가사람들은 화장실이 막힌다며 문을 잠궈 버렸다.
파업은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들의 권리다. 권리행사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기본권인 생리현상을 막는 공단과 경찰은 세금 돌려 놓으시라! 눈앞에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당신들은....아~~~욕하고 싶다!
농성장은 아침 8시쯤 기상해서 9시 출근선전을 하고 건강보험공단 한 바퀴 도는 행진을 한다. 11시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 2시부터 농성프로그램으로 간담회, 교육 등이 있고 4시에는 피켓 만들기, 노가바 만들기, 현수막 만들기, 응원글 쓰기 등을 하고 5시 저녁을 먹는다. 7시 문화제를 하면 하루가 정리된다.
가끔 행진 끝에 몸싸움이 있기도 하지만 가벼운 정도다. 코로나19가 점점 확산되면서 원주 분위기는 더 힘들어졌다. 원주경찰은 코로나 3단계 발령임에도 집회만 4단계로 격상하여 원천봉쇄했고 짐승우리처럼 농성장 주변을 철제 가림막으로 빙 둘러치고 경찰병력을 따닥따닥 붙여 세우고 그 뒤에 경찰차로 3중막을 쳤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농성장 밖으로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가둬 버렸다. 바이러스균을 차단하듯 감염병예방법을 외치며 예단하여 인간을 세균취급 했다.
일제 때 순사들이 지나가던 시민들을 빨갱이라 잡아가서는 온갖 고문을 일삼던 그 미친 모습과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포로들이 연상되는 괴이한 모습이었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아니다! 내가 보고 느낀 감정그대로다.
코로나 4단계. 전체 조합원은 주중에 백신접종을 한다. 그 과정 중 농성장은 인원이 줄어든다. 또 다른 집중점이 필요했고 이은영 수석부지부장은 단식을 결의했다.
“최선을 다해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 보수언론에 의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양 매도당하고 노동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스스로 정한 기준도 지키지 않고 공공성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와 공단에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
폭염 속 단식, 인간의 한계를 시험받고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