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아리를 찾는 무엇이든을 찾아서

강릉 지역문화기획 팀 '무엇이든' 인터뷰

by 문화연대


나는 강원도 강릉하면 경포대, 평창동계올림픽, 초당순두부 그리고 지누아리를 찾아다니는 무엇이든 팀이 떠오른다. 무엇이든은 강릉에 사는 청년들이 만든 지역문화 기획 단체의 명칭이고, 지누아리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홍조식물로 톳과 비슷한 해초다. 바닷말로 짙은 홍색을 지누아리라고 부른다. ‘지누아리를 먹어야 진짜 강릉 사람이지’라는 말이 있다. 강릉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지누아리로 장아찌, 무침 등을 만들어 먹었다. 예전엔 흔하게 즐겨 먹을 수 있는 향토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바다에서 잘 나지 않아 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이 되었다.


지누아리의 행방이 묘연해진 이유가 궁금했던 무엇이든 팀은 2020년 공모사업에 기획안을 써서 응모했다. 그 결과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청년 문화단체 대상의 지역문화 공모 사업인 지역문화우리에 선정되었다. 내가 속한 동두천 기반의 지역 독립출판 기획팀인 변방의 북소리도 이 사업의 참여 단체였다. 나는 그해 무엇이든이 펼친 사업 ‘지누아리를 찾아서’를 이렇게 평가한다. 프로스포츠로 치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거나 다름없다고.


무엇이든 팀의 구성원은 강릉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거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다. 음악을 만드는 손명남, 방송 작가를 하다 고향에 돌아와 옹심이 마을에서 문화공간 ‘소집’을 운영하며 저술 활동을 이어가는 고기은, 홍제동에서 다락방 영화관을 운영하는 임초롱 등등이 모여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함께 지지하고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다. 몇 년 간 독서모임, 음악모임 ,동물권의 이해를 돕기 위한 문화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향토 음식이자 지역 특산물인 지누아리에 얽힌 이야기를 채집하는 즐거움에 매료되면서 지누아리를 통해 강릉의 생태환경도 살펴보고자 ‘지누아리를 찾아서’를 기획했다.


‘지누아리를 찾아서’의 얼개는 자료를 조사한 다음, 지역 주민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취재는 지누아리 백반을 파는 식당 주인이었다. 50년 넘게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식당 주인은 젊은 사람들 중 지누아리를 아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에게 잊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비췄다. 무엇이든 팀이 두 번째로 찾아가 곳은 취재한 곳은 식당 주인이 알려준 건어물 가게 ‘해진상회’였다.


가게 사장님은 젊은 사람들이 지누아리를 찾아다니는 사실을 흥미로워했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지누아리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였다. 오래 놔둬도 상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지금도 명절이 다가오면 가게에 지누아리를 사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단다. 연휴를 보내고 돌아가는 자식 손에 지누아리 장아찌 한 통을 쥐어주는 풍습이 아직 남아 있다. 무엇이든 팀이 지누아리를 어디서 구해오는지 궁금해 하자 사장님은 금진해변에서 활동하는 해녀 두 분의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강릉에서 나고 자라 칠십 지금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하루 3~4시간씩 물질을 하는 사십 년 경력의 해녀 분들이다. 무엇이든 팀원들은 두 분을 만나기 전까지 강릉에 해녀가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두 해녀와의 만남으로 ‘지누아리를 찾아서’ 프로젝트는 대전환이 일어난다. 지역에서 나는 해초 하나에 수많은 이들의 삶이 얽혀있고, 지역의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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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자 해녀와의 첫 만남 ⓒ무엇이든



지누아리를 알면, 바다를 지킬 수 있다


무엇이든 팀은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자료를 찾으면 찾을수록 지누아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사실을 깨쳤다. 앎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김형근 교수를 찾아갔다. 강릉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누아리를 가지고 해양환경을 연구해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는 김 교수. 지금은 해초 연구계의 손꼽히는 전문가이다. 이날 특강에서 무엇이든 팀은 ‘지누아리를 알면, 바다를 지킬 수 있다’는 말에 큰 인상을 받았다. 기후위기로 바다 생태계 역시 큰 위기에 처해 있는 현 상황에서 지누아리의 서식 상태는 해양환경의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겼다.


무엇이든 팀은 지누아리를 매개로 사람과 강릉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이어나갔다. 온라인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총 133명이 참여했고, 강릉 거주 응답자가 103명이었다. 그중 62명이 지누아리를 알고 있었다.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30대부터 지누아리를 안다는 비율이 높았다. 60대는 전원이 지누아리를 알고 있었다.


팀원들은 노래, 글, 그림, 요리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누아리를 해석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각자 만든 결과물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어린아이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전시회를 보러 왔다. 다함께 지누아리를 주제로 만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림을 감상하고, 지누아리로 요리한 파스타, 샐러드 등을 맛봤다. 전시를 마치고 그동안 작업물을 정리하여 책자로 만들었다. 함께 불렀던 노래는 음원 사이트에 등록했다**. 자료조사, 주민 인터뷰, 전문가 초청 워크숍, 노래 만들기, 요리 개발, 책자 제작, 전시회 등등 이 정도면 지역문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문화 박람회라 불러도 무방하다. 나는 이러한 활동을 오 백 만원의 사업 지원비를 가지고 펼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엇이든보다 대여섯 배 많은 지원금을 받은 여느 단체도 무엇이든만큼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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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아리를 찾아서 악보> ⓒ무엇이든 / 지누아리를 찾아서 전시회 포스터 ⓒ무엇이든



무엇이든을 만나서

2021년 늦가을, 나는 무엇이든 팀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 그들의 본부인 문화공간 소집에 찾아갔다. 각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는 팀들이 서로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좀 부끄럽지만 내 관심사는 온통 사업비에 쏠려 있었다. 어떻게 오 백 만원으로 박람회급 활동을 펼칠 수 있었는지,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몇 천 만원 넘는 지원금을 받았다면 이었다면 ‘지누아리를 찾아서’를 하지 못했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활동에 맞춰 지원금이 필요한 거지, 지원금에 맞춰 활동을 하는 건 아니라면서.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제부터인지 공모사업 공고를 샅샅이 찾아다니며 사업 내용보다 사업 규모에 시선이 먼저 갔던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내가 두 번째로 궁금했던 점은 지역에서의 위치였다. ‘지누아리를 찾아서’로 두각을 보인 무엇이든 팀이 강릉시 지역문화 판에 유망주로 자리 잡았을 거라 확신했다. 여기저기에서 사업 연계 요청을 받아 강릉 문화생태계에 새로운 물길을 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무엇이든 팀원 손명남 씨는 이렇게 말했다.


강릉시보다, 타 지역에서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 같아요. 오히려 강릉시에서 협업 요청이 적어요. 강릉이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문화 인프라가 전보다 많아졌지만 무엇이든이 추구하는 것과 결이 다른 지점이 많아서 협업 요청이 와도 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어요. 2020년에 강릉의 지누아리를 찾았다면, 2021년은 지역에서 개인으로 관점을 바꿨어요. 나만의 지누아리를 찾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한 거죠.


내 생각과 달리 무엇이든 팀이 택한 건 확장이 아니라 탐구이었다. 누군가 알아주는 것보다 스스로 알아가는 것에 무게를 둔 것이다. 김형근 교수에게 들은 ‘지누아리를 알면, 바다를 지킬 수 있다’는 말처럼, 팀원 각자 자신의 지누아리를 알면, 무엇이든 팀의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문화공간 소집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한 음식점인 ‘옹심이 마을’의 명소 ‘감자적 본부’로 갔다. 외지인인 나는 순옹심이, 본토인 무엇이든 멤버는 장칼국수를 시켰다. 생전 처음 순옹심이를 맛본 나는 졸깃졸깃하고 까끌한 옹심이 한 덩이를 입속에 이리저리 굴리면서 첫술부터 끝술까지 감탄사 메들리를 불렀다. 간간이 무엇이든 팀원이 알려준 음식의 유래와 특성 등 옹심이에 대한 이야기가 입맛을 돋우어서 아주 특별한 점심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나는 무엇이든 팀에게 나중에 지누아리 박물관을 만들어 달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다들 킥킥 웃었다. 그런데 나는 진지하게 생각한다. 지누아리를 이토록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 것은 무엇이든 말고 없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들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올해는 무엇을 할지. 무엇이든 잘 할 팀이니 기대가 모아진다.



인용문 출처

*강원문화재단 웹진 「잇다」 2021.8월호. ‘지누아리를 찾아서’. 고기은. http://gwcf-eatda.kr/18-9

** 지누아리를 주제로 만든 무엇이든의 음원 링크

-지누아리 https://www.youtube.com/watch?v=uUTq9gIEKqY

-지누아리의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sbgaIquCrFc

-지누아리가 생각날 때 https://www.youtube.com/watch?v=W64ILVgmung

-기억을 찾아서 https://www.youtube.com/watch?v=nm1sgbbXc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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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아리와 지누아리 장아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