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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연대 Mar 30. 2022

영광에서 순천까지

문정현신부님과 함께 떠나는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

글 : 평화바람 딸기

사진 : 문화연대 신유아


시골의 빈땅에는 어김없이 무언가 심겨져 있기 마련이지만 상생발전이라는 큰 팻말아래 황량한 빈터는 핵발전이 가져올 황량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43년전 오늘, 1979년 3월 28일 미국 쓰리마일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날 봄바람 순례단은 영광한빛핵발전소 폐쇄를 위한 탈핵 순례에 함께 했습니다.

시골의 빈땅에는 어김없이 무언가 심겨져 있기 마련이지만 상생발전이라는 큰 팻말아래 황량한 빈터는 핵발전이 가져올 황량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43년전 오늘, 1979년 3월 28일 미국 쓰리마일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날 봄바람 순례단은 영광한빛핵발전소 폐쇄를 위한 탈핵 순례에 함께 했습니다.


한빛 1호기 노후 원전 폐쇄까지 남은 시간은 1366일. 2025년 12월22일입니다. 영광에서 그리고 가까운 고창에서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 남은 시간을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 488일째 탈핵 순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순례 입니다.


영광한빛발전소는 부실공사 의혹과 발전소 직원의 피폭문제, 원전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등 끊임없이 문제점들이 제기 되고 있지만 한수원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원전 가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노후원전 폐쇄라는 당연한 절차 역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김없이 핵발전소 인근으로는 송전탑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발전소와 송전탑의 문제가 공간을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옥한 황토흙이 펼쳐진 호남평야 위로도 불안전한 전기는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의 불안과 공포는 시골의 작은 마을 주민들만이 걱정하며 감내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가장 많은 에너지 소비자인 자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오로지 힘없는 시골 사람들에게만 전가 되는 이 불평등의 고리를 우리가 끊어야 합니다.


고속도로에 큰 철판이 돌돌 말려 트레일러 차량에 실려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오늘 오후에 찾은 현대제철은 큰 철판을 얇게 가공해서 산업용 코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코일은 차량이나 냉장고 등 다양한 상품에 사용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업 과정은 다양하지만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한 공장에 5개의 사내하청 회사가 있고 516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이 투쟁을 시작한 것은 벌써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1년에 시작한 재판은 4년 7개월만에 노동조합이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157명에 대해 현대제철 직원임을 확인해 줬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항소 했고 1심이 끝나고 3년 7개월만에 다시 2심 재판부 역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회사측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넘어간 이 사건은 현재까지 약 10년 9개월째 재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516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지시 했지만 여전히 현대제철은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고 있으며 과태료 119억8천만원을 물리기도 했지만 현대제철은 이에 대해서도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재판만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갔던 순천 율촌 산업단지에 수 많은 기업들역시 현대제철 처럼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중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오직 현대제철 한 곳 뿐 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문제가 이리도 풀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제철 불법 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 될 경우 이 사례가 순천 전체, 그리고 전국의 불법파견 노동자들 전체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반드시 17년의 투쟁을 정규직 전환으로 끝을 보겠다고 다짐 합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해고를 감내하고서도 정규직 전환 투쟁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이유 입니다. 자신들의 투쟁이 한 기업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아지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전 사회적 불평등을 끊어내길 기대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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