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HERE
구미 아사히글라스.
거리가 멀어서 일까...
파견미술팀이 늙어가고 있어서 일까...
오래전부터 함께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농성장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는 이렇고 저기는 저러하니 이렇게 저렇게 바꾸면 좋겠다며 연대요청을 받은것이 아마도 한 2년쯤 전부터였다.
이런저런 고민중에 2020년 겨울 울산대우버스 농성천막에 그림을 그리러갔었다. 파견미술팀 작가들에게 요청했으나 일정이 안맞았고 몸상태도 녹녹하지 않아서 젊은 미술작가들에게 요청했었다. 교통비 작업비 등 최소한의 경비지원이 가능했고 예산이 잡힌상태에서 작가섭외는 마음 편하게 진행되었다.
지역으로 갈 경우 4명에서 5명의 이동은 시간도 중요하지만 교통비 재료비 등 예산이 중요하다.. 작가들이 생계비 버느라 시간도 맞추기 힘들지만 재정을 만들기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그림한번 그려주는게 모 그리 어렵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일이 많다.. 투쟁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장상태확인 그리고 아이디어 스케치와 현장 담당자들과 공유 가끔은 수정요청과 작가들 역할분담 시간조정등등 생계알바가 있는경우 일을 빼고 가야하고 지방일 경우 이틀은 온전히 투자해야한다.
대우버스 작업을 하면서도 여러가지 이유에서 못하고 있던 구미 아사히 작업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문화연대는 연초에 활동계획을 짜면서 투쟁현장 파견미술 작업을 위한 재정을 만들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지원금이 나오는 곳에 신청을 했었다. 재정만 만들어지면 작가들 작업비랑 교통비 때로는 숙박비등등을
충분히 지원하면서 생계걱정없이 좋은 작업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짧은 기간 설레였었다. 차헌호를 만나도 조금은 당당하게 "재정마련 대책을 만들고 있으니 기다려봐요" '진심 조금만 기다려주시오 꼭 약속은 지킨다!'며 선정결과를 기다렸으나.. 결과는 꽝!
사실 차헌호는 "재정은 우리가 만들어야죠 시간만 내주세요" 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살짝 답답함이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부탁받은지 2년이 지나고.. 드디어 구미에 작업을 하러갔다. 우연히 만날때마다 "올 해는 꼭 그리러갈께요" 라고 말했고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윤엽작가에게 미리 부탁을 해두었기에 작업 작전만 잘 짜면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는 이윤엽작가의 디자인으로 그려진 꽃그림 벽화가 있다. 사람들은 구미 아사히글라스 투쟁을 이야기할 때 <공단에 핀 들꽃>으로 표현한다. 그래서였는지 꿀잠벽화와 비슷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컨셉이 명확하니 디자인은 이윤엽작가의 몫이었고 너무도 멋진 디자인이 나왔다.
문제는 농성천막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 천막이 비닐재질이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물감이 떨어지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크고 색을 입히는 과정도 물감이 겉돌아 매우 힘이 든다. 대우버스 작업때도 비닐천막이고 겨울 작업이라 물감이 얼었고, 얼었던 물감은 부스러지듯 떨어져 버렸던 기억이 있다. 대안을 고민하다가 현수막에 디자인을 미리 넣어서 출력하고 농성천막에 붙인후 색을 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빠르게 현수막 작업을 해서 구미로 보냈다. 디자인된 그림과 천막싸이즈와 현수막 싸이즈가 다른상태에서 작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천막에 붙이기부터 설명했다. 아사히 조합원동지들이 온종일 뚝딱거리며 땀흘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 미안하기도 고맙기도했다. 농성장 영상을 공유받고 나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설명을 했다. 그리하여 4시간만에 아사히 동지들은 너무도 완벽하게 밑그림을 천막에 붙여주었다.
거제조선소 동지들의 투쟁이 빡세게 시작되었고 아사히 동지들은 7주년행사를 2주 연기했다. 역시 의리의 아사히동지들이다! 농성장 그림그리기 작업 기획은 7주년행사 당일 오전에 다같이 그림그리고 오후에 연대오신분들과 사진도 찍고 투쟁문화제 참석하는 것이었지만 행사날짜 연기와 장마라는 변수때문에 조합원들과 사전작업으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작업당일 또 약간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작업하다가 못하면 다시 날을 잡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구미에 내려갔다. 아사히 동지들의 투쟁이 왜 아름다운지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누구하나 빠지는 사람없고 누구하나 헛투르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윤엽작가는 그림제목을 무엇으로 할까고민하다가 <공단에 핀 들꽃 다 이쁘다 다 괜찮다>로 정했다 아마도 조합원동지들의 모습속에서 느낀 감정이 이입된거같다.
이렇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니 홀가분하고 좋다. 이번주 토요일(7월9일)은 의리의 구미아사히동지들이 멋지게 투쟁해온 7년을 함께하는 날이다. 투쟁은 보여지는 것보다 더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7년을 버티며 투쟁해온 아사히글라스 동지들에게 힘주러 가보자!
구미 아사히글라스는 일본회사다.
티비 브라운관 또는 티비 모니터 또는 티비 패널이라 부르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2015년 5월 29일 하청업체 소속으로 구미 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고됐다. 노조는 회사를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으로 고소를 했고, 노동부는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1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17억 8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노조는 다시 대구 고검에 항고와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구고검은 수사 재기 명령을 내려 재수사를 했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2019년 2월 검찰은 아사히글라스 원청과 하청업체를 기소했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에 제안을 해왔다.
“복직은 가능하다. 그러나 차헌호 지회장은 어렵다.복직을 희망하지 않는 조합원은 3억 4천만 원을 주겠다.복직을 희망하는 조합원은 9천 2백 만원을 주겠다.”
노조조합원들은 견고했다
“사과부터 해라. 전체 복직과 노조 인정이 우선이다. 이것이 안 되면 만남은 의미 없다.”
자본의 꼼수에 조합원들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2021년 8월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파견법 위반으로 피소된 하라노 타케시 전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아사히글라스 법인)에 벌금 1500만원, 하청업체였던 지티에스(GTS) 대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지티에스 법인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이 명백한 범죄행위를 불기소했음에도 노동자들이 검찰청 점거농성까지 해 기소로 만들어냈으며 1심 재판부 판결은 고소한 지 6년 1개월 만에 나왔고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았으면 못 나왔을 판결이다. 재판 결과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에게 사죄한 후 직접고용을 이행해야 한다”
고 말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