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세이] 텍스트힙, 감각으로 읽는 시대

독서의 감수성, 미래의 공론장

by 가다은

텍스트힙의 세대, 감각으로 읽는 시대


책은 더 이상 책장 속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SNS 피드 위, 손에 들린 시집 한 권은 자아의 일부가 되어 빛난다. 1020세대에게 독서는 고요한 사유의 시간이 아니라, 찰나의 감정을 공유하는 퍼포먼스다. 해시태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짧은 문장이 감정의 입자로 퍼져 나간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입는다'.


'힙독클럽'과 '리딩몹'은 책을 축제처럼 만들고, 독서는 더 이상 독립적인 내면의 공간이 아니다. 팬덤처럼 책을 응원하고, 인증하는 문화 속에서, 책은 살아 있는 감정이 된다. 굿즈와 응원봉은 책의 연장이며, 공유는 가장 빠른 공감의 언어다.


서점은 도시의 숨결이다

서점은 조용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갤러리보다 다정하고 카페보다 천천히 흐른다. 고요 속에 감정의 결이 있고 책장 사이로 문장의 향기가 퍼진다. 종로의 서점은 이제 청춘의 안식처다.

북크닉, 필사, 전시- 이 모든 것이 책을 매개로 한 감각의 잔치다.

지친 도시의 귀퉁이, 서점은 사람을 늦추고, 문장을 머물게 한다. 그 안에서 책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라, 감정의 쉼표다.


문해력은 다르게 자라는 감각이다

숏폼에 길들었다는 오해 속에서도, 1020은 가장 유연한 독자다. OECD가 증명하듯, 그들은 단지 ‘다르게’ 읽고 있을 뿐이다. 긴 글이 아니더라도, 복잡한 메시지를 가로지르는 그들의 눈은 살아 있다. 문해력은 더 이상 책 한 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 해석, 재구성의 능력이다.


독서는 권리다

문화누리카드는 삶의 최소한의 감정선이다. 책이 멀어진 이유는 취향 때문이 아니라 거리 때문이었다. 책은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그 움직임은 무료여야 한다. 지역 서점과 학교 밖의 북페어가 연결될 때, 독서는 삶의 장면이 된다.

고전도 젊어져야 한다. 제목 하나를 재해석하는 놀이가 시대의 감수성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힙한 고전’은 권위를 버리고 생명을 얻는다.


읽는다는 것,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

책은 더 이상 자아를 잠그는 열쇠가 아니다. 그것은 공론장의 시초이자, 세상과 감정을 주고받는 회로다. 문해력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언어이며, 독서감수성은 미래를 설계하는 도면이다.

읽는 시대, 이제 우리는 그 감각의 공명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세이] 오세훈의 대선 불출마 선언, 불편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