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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세훈의 대선 불출마 선언, 불편한 이유

'멈춤'이 아닌 완전히 '내려놓음'이 되어야

by 가다은

오세훈의 대선 불출마 선언, 불편한 이유


오세훈의 ‘멈춤’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권력의 지형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 채, 낯빛을 낮추는 의례에 가까웠다.
진정한 멈춤이란 기회의 문턱 앞에서 뒷걸음질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 자체를 닫아 걸고, 욕망 대신 책임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대선이 아니라,
허물어진 신뢰의 집을 어떻게 정직하게 허무느냐는 고백의 구조다.
그제야 비로소 묻힐 수 있다. “당신들은 다시 정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 질문은 바람처럼 스며들고, 마침내 돌처럼 무거워진다.


정권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다.
감당하지 못한 권력을 되돌아보고,
그 시간 속에 묻힌 이들의 목소리를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이 시절 정치가 마주해야 할 유일한 과업이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멈춤'이 참으로 진실되었다면
공천이 아닌 사과가 먼저였어야 했고,
출정이 아니라 해체가 먼저였어야 한다.

다시 짓기 위해선 먼저 부서져야 하고,
말을 하기 위해선 먼저 침묵을 견뎌야 한다.

정치란 결국, 광장의 한가운데서 무릎 꿇는 예술이다.
그 무릎이 구겨질수록 그 언어는 단단해지고,
그 침묵이 길수록 그 책임은 진실에 가까워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이 아니라,

끝까지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될, 죄로 둘러진 낡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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