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권에 관한 간단 리뷰
기차가 도착하는 플랫폼, 서늘한 겨울 공기 속에
안나는 흑단처럼 윤기 나는 코트를 입고 나타났다.
바람은 그녀의 치맛자락을 스치며 잠시 길을 잃었고
모스크바의 회색 공기는 그녀를 중심으로 한 송이 장미처럼 붉어졌다.
그녀가 발을 디딘 순간, 사소한 공간조차 극적으로 변해버린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운명을 안고
차가운 현실 속을 걷는 한 여인의 비가다.
그녀는 타인의 가정을 화해시키러 왔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더 깊은 균열 속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타인에게 건넨 위로는, 마치 스스로에게 주지 못한 온기처럼 서글프다.
안나는 사랑을 선택했고, 동시에 세계를 잃었다.
브론스키는 그녀에게 자유처럼 다가왔지만,
그 자유는 점점 단단한 고독의 굴레가 되었다.
모든 눈길이 그녀를 판단하고
모든 침묵이 그녀를 파괴했다.
그녀는 사랑했고 그 대가는 파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했으므로 생의 순간을 진실로 통과했다.
그 불꽃이야 오래 타지 못했지만,
그녀가 남긴 재는 지금도 독자의 가슴에 잔설처럼 내려앉는다.
그 재는 얼핏 보잘것없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은은히 남아 있다.
사랑이 반드시 구원이 아니더라도, 진실한 고백이었다는 증거로.
이 소설이 남기는 질문이라면
"우리는 사랑 앞에서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혹은,
"사랑은 정말 모든 것을 걸 만큼 절실한가?"
질문마저 명확하지 않지만, 울림은 깊다.
그러니 돌아오는 답은 없겠고, 침묵의 틈에서 문학은 더욱 명확해진다.
『안나 카레니나』는 삶의 미로에 피어난 한 송이 슬픈 정원의 이름이다.
읽고 나면, 문장 사이에 담가졌던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은 사랑의 잿빛 언어로 마음속을 천천히 덮는다.
우리는 그녀의 발자국 위를 걷는 듯, 한없이 천천히 책장을 덮게 된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이 무엇이었는지를 조용히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