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럼프, 전쟁을 놀이처럼-NYT 보도를 읽고

‘에픽 퓨리’가 던진 잔혹한 주사위

by 가다은


"How Trump Took the U.S. to War With Iran"


‘에픽 퓨리’가 던진 잔혹한 주사위


2월 11일(미국 현지 시각) 평범한 날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기사를 확인하던 그 일상적인 아침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구 반대편 백악관 지하의 상황실에서는 우리의 평범한 내일을 통째로 집어삼킬 주사위가 던져지고 있었다.


2026년 4월, 세계는 ‘에픽 퓨리(Epic Fury)’로 명명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은 한 지도자의 직관과 또 다른 지도자의 집요한 야심이 빚어낸, 인류가 감당하기 힘든 무게이자 결정이었다.


뉴욕 타임스가 폭로한 그날의 내막은 단순히 정치적인 뒷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이 어떻게 한순간에 마비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사람의 확신이 어떻게 수십억 명의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증언이다.



이들에게 회의실의 공기는 무거웠을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라는 국가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정권은 곧 무너질 것이며, 새로운 세속 지도자가 세워질 것이고, 전쟁은 짧고 화려하게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눈은 달랐다. CIA 국장은 그 시나리오를 향해 “우스꽝스럽다”라는 독설을 내뱉었고, 군 통수권자의 최측근 부통령조차 이 전쟁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탄약은 바닥날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세계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그러나 결정권자의 귀에는 그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복잡한 데이터나 역사적 교훈 대신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2020년의 복수심, 그리고 눈앞의 정치를 위한 화끈한 성과가 국가 안보라는 냉철한 판단을 압도했다. 결국 에어포스 원에서 전송된 “행운을 빈다”라는 짧은 메시지 한 줄로, 중동의 하늘은 불길에 휩싸였고 우리의 일상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했다.


%ED%93%A8%EB%A6%AC.jpg?type=w773 백악관 상황실-트럼프와 네타냐후 "AI 제작물"


우리에게도 이 전쟁은 TV 속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일 아침 주유소의 기름값이 두 배로 치솟고 대출 이자가 폭등하며, 생필품이 마트 선반에서 사라지는 생존의 문제다. 한국은 어떤가. 에너지의 대동맥인 중동이 끊기면 공장은 멈추고 거리는 어두워진다. 평화는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것이었고, 우리는 그 그릇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무능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이 전쟁의 근본적인 비극은 ‘외교의 실종’에 있다. 대화와 협상이라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 대신, 단 한 번의 폭격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이 화를 불렀다. 타국의 정권을 외부의 힘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해묵은 환상은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이미 수많은 무덤을 만들었음에도, 다시금 권력의 핵심부에서 부활했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과연 한 국가의 운명,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권을 단 몇 명의 지도자가 밀실에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어도 되는가? 지도자의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수사가 수백만 명의 목숨보다 무거워지는 이 비정상적인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에픽 퓨리’는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의 오만한 직관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제동을 거는 끊임없는 시스템의 작동임을 말이다. 전쟁은 신속하고 결정적일 것이라는 지도자의 호언장담은 언제나 거짓이었다. 전쟁의 끝은 항상 예상보다 길었고, 그 대가는 언제나 힘없는 시민들의 몫이었다.


지금 우리 앞의 전쟁은 단순히 미사일과 드론의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이성이 본능에 패배한 결과이며, 시스템이 광기를 막지 못한 참사다. 이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인내심 있는 평화’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힘이 다하는 순간 무너지지만, 대화와 신뢰로 쌓아 올린 평화는 비록 느리고 답답할지라도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상황실의 불이 꺼지고 작전 명령이 떨어진 그날, 지구의 온도는 1도 올라갔고 우리의 희망은 1도 낮아졌다. 우리의 일상은 누군가의 ‘에픽 퓨리’를 위한 소모품이 아니어야 한다. 전쟁의 주사위는 결코 던져져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직격되기 때문이다.



“Operation Epic Fury is approved. No aborts. Good luck.”

“에픽 퓨리 작전은 승인되었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 뉴욕 타임스 원문 기사 보러 가기

https://www.nytimes.com/2026/04/07/us/politics/trump-iran-war.html



** 기사 관련한 MBC 뉴스 영상

https://youtu.be/2wPtTFurTns?si=xO0RhNKk2yzMNI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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