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소개] <베자르 발레 로잔 with 김기민>

현대 발레의 전설, 그 붉은 탁자 위의 도발을 기다리며

by 가다은


현대 발레의 전설, 그 붉은 탁자 위의 도발을 기다리며



발레라고 하면 흔히 하얀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이 발끝으로 서서 우아하게 호수 위를 누비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에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과 무용수 김기민의 만남은 그런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25년 만의 서울 내한이라는 수식어보다 우리의 심장을 더 뛰게 만드는 건, 현대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모리스 베자르의 유산이 이 시대 최고의 무용수인 김기민의 몸을 빌려 어떻게 폭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단연 <볼레로(Boléro)>다. 라벨의 그 유명한 선율, 단조로운 리듬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음량이 커지는 그 곡에 맞춰 무용수가 붉은 원형 탁자 위에서 춤을 춘다. 사실 이 작품은 모리스 베자르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다. 그는 발레를 귀족들의 전유물에서 해방해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본능을 담은 예술로 끌어내렸다. 탁자 위의 무용수는 ‘선율’이 되고, 그 주변을 에워싼 군무진은 ‘리듬’이 되어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 낸다.


특히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이 이 ‘선율’의 자리에 선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러시아 클래식 발레의 정점에서 완벽한 기량을 보여주던 그가, 가장 자유롭고도 파격적인 베자르의 무대에서 어떤 육체적 언어를 뱉어낼지 상상만 해도 전율이 돋는다. 단순히 높이 뛰고 많이 도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자아를 해방하고 관객을 트랜스(Trance) 상태로 몰아넣는 그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된다.


공연은 <볼레로>뿐만 아니라 <불새>와 <햄릿>,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예고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사용한 <불새>는 우리가 알던 동화 속 새가 아니라, 혁명을 이끄는 전사의 이미지로 재해석된다고 한다. 붉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보여줄 역동적인 에너지는 아마도 기존 발레에서 느끼기 힘든 해방감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햄릿>이나 팝 음악인 뮤즈(Muse)의 곡을 사용한 현대적인 작품들은 발레가 얼마나 동시대적인 예술인지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EB%B3%BC%EB%A0%88%EB%A1%9C.jpg?type=w773 모리스 베자르가 안무한 ‘베자르 발레 로잔(BBL)’의 대표작 ‘볼레로(Boléro)’- ©BBL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지점은 ‘긴장과 이완의 변주’다. 베자르의 안무는 정교하게 계산된 클래식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본능적인 꿈틀거림을 놓치지 않는다. 거대한 에너지가 응축되었다가 단번에 터져 나오는 그 순간들, 무대 위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바닥을 치는 발소리가 음악과 하나가 되어 객석까지 진동으로 전해질 그 찰나를 기다린다.


예술은 때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준다.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알지 못해도, 무대 위에서 자기의 육체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일상에 찌든 감각을 깨우는 강렬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4월의 밤, GS아트센터의 어두운 객석에 앉아 무대 위 붉은 탁자를 응시하며, 그 뜨거운 에너지가 우리에게 전이되는 순간을 고대해 본다. 발레가 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도 아름다운 유혹,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오른다.



■ 모리스 베자르(Maurice Béjart): 현대 발레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혁명가


그는 발레를 박물관 속의 예술에서 동시대의 살아있는 언어로 끄집어낸 안무가입니다. 클래식 발레의 엄격한 형식 위에 철학, 신화, 현대 음악, 그리고 동양적 사상을 결합해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무용수를 단순히 기술자가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철학자로 보았으며,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육체적 에너지를 무대 위에 폭발시키는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 베자르의 작품 세계: 육체로 쓴 철학


- 관습의 파괴: 토슈즈와 튀튀를 벗어 던지고 맨발이나 현대적인 의상을 활용해 인간 본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 음악의 시각화: 라벨의 <볼레로>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처럼 익숙한 선율에 파격적인 해석을 덧입혀 음악을 눈으로 보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 대중성 확보: 발레를 소수 귀족의 전유물이 아닌, 수만 명이 열광하는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즐길 수 있는 대중 예술로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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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베자르 발레 로잔 with 김기민> 초대 이벤트 웹페이지




공연 <베자르 발레 로잔 with 김기민> 소개 웹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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