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은 분명해졌지만,
지속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문화동향 "만" 41호(2026.01.26.)

by 담백


지금 우리 사회는 하나의 분명한 확신이 공유되고 있다. K컬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되었다는 확신이다. 국가 호감도 82.3%라는 수치, 외국인 어학연수생 5만 8천 명 돌파, K-공연과 전통미술의 글로벌 성과는 이 확신을 뒷받침한다. 한국 문화는 소비되고, 방문을 이끌며, 학습과 체류로 이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문제는 이 확신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가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 예산 확대, 콘텐츠 펀드 조성, 문화지구 지정, 체류형 관광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문화가 산업·도시·외교 전략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확신의 표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이 확신은 구조를 바꾸겠다는 확신인가, 아니면 성과를 관리하겠다는 확신에 머무르는가.


기초예술과 지역 문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문화예산 9.6조 원이라는 총량과 달리, 지역문화 현장은 예산 가뭄 속에서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의 문화예술 추경은 요건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만 키우고, 기금 운용 변경이나 예비비 전용 같은 우회적 해법만 거론되는 실정이다. 공연·미술·축제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지만,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정산·노동·권리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문화는 커질 것’이라는 확신은 분명하지만, 지역문화와 창작자가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

공간 정책을 둘러싼 확신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유휴공간 재생과 문화지구 확대, 체류형 관광 전략은 지역에 새로운 활동과 방문을 불러들이며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어 있던 공간이 문화 거점으로 전환되고, 문화가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 자원과 투자의 수도권 집중, 수도권 역차별 논란 속 정책의 흔들림, 지방의 인구 유출과 기반 약화라는 불안도 커진다. 폐교는 늘고 청년은 떠나며, 문화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인구 감소 이후를 관리하는 임시 수단으로 호출되기도 한다. 이는 문화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와, 문화가 지역의 마지막 카드가 되고 있다는 불안이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활성화가 아니라, 문화가 지역의 삶과 정주를 어떻게 지속시킬지에 대한 보다 긴 호흡의 판단이다.


문화복지와 사회 통합의 영역에서는 확신의 공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화누리카드의 순수예술 이용률은 0.1%에 불과하고, 초고령사회 속에서 노인의 공공문화 공간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청년정책 역시 기준과 통계의 불일치 속에서 낮은 집행률을 반복하고 있다. 문화의 외연은 확장되고 있지만, 문화가 사회적 약자를 실질적으로 포용할 수 있다는 확신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하고 있다.


지난 한 주의 문화예술 관련 기사들을 돌아보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무엇에 대해, 누구를 위해 확신할 것인지 그 내용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K-컬처를 지속시키겠다는 확신이라면, 그것은 예산의 총량이 아니라 창작 노동에 대한 존중, 지역의 자율성, 일상 속 접근성, 그리고 권리와 복지를 함께 설계하려는 태도로 증명돼야 한다. 지금은 그 확신의 실체를 묻고 있는 시점이다.


K컬처는 이미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확신은 하나다. 이 문화가 성장할수록, 사람과 지역도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 그 확신이 제도로 구현될 때, K컬처는 비로소 일시적 성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 문화동향 "만" 41호2. 기사에서 언급된 자료들



3. 검색 키워드

#K컬처 #지속가능한문화 #문화정책 #문화예산 #기초예술 #지역문화 #문화산업 #확산은시작됐다 #지속은증명중 #문화의다음단계 #지역소멸 #체류형문화 #문화지구 #유휴공간재생 #폐교활용 #원도심재생 #국토균형발전 #예술인권리 #창작노동 #예술인산재 #문화복지 #청년정책 #초고령사회 #사회통합 #문화소비 #체험경제 #로컬콘텐츠 #문화관광 #지역축제산업화

작가의 이전글다양한 사회 변화 속에서 드러나는 지속가능성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