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쏠린 국가,
문화와 돌봄은 어디로 가는가

2025. 11. 24. / 문화동향 "만" 37호

by 담백

정부의 2026년 예산안은 거대한 정책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에 10조 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겉으로 보기에는 미래 성장 전략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돌봄·지역 정책은 여전히 주변으로 밀려나 있으며,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우려스러운 신호로 다가옵니다.


AI 예산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돌봄은 현재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기반입니다. 그럼에도 통합돌봄 예산은 777억 원에 그쳤고, 초부자 감세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재정 운용이 첨단 기술 경쟁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술 발전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안전망과 시민의 일상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 문화정책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경기도 문화예산은 850억 원이 삭감되었고, 일부 조례 사업은 예산 ‘0원’ 배정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 의회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예술인 기회소득 또한 53%나 삭감되면서 지역 문화생태계는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문화자치 기본 조례를 제정하며 중앙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의지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재정분권은 더 이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안정적인 지원 구조로 연결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문제는 문화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재정난 속에서 공연장과 체육시설은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고, 소극장들은 관객 이탈로 존폐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정책은 예산, 인사, 거버넌스의 혼선 속에서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문화기관들 또한 정치적 개입과 관료적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입니다. 이는 문화행정의 기본 원칙인 ‘팔길이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는 외로움과 고립,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민의 38.2%가 외로움을 느끼는 현실에서, 문화예술은 단순한 여가 차원을 넘어 사회적 치유와 관계 회복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 예술 활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과 문화복지 예산은 성과 논란 속에 방치되어 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정책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게 합니다.


기후위기 국면에서 문화 분야의 책임 또한 외면할 수 없습니다. K팝 팬들이 유엔 기후총회에서 탈탄소를 외치는 동안,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후대응지수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회용품이 범람하는 지역 축제의 현실 역시 환경 감수성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이제 문화정책은 ‘친환경’이라는 표어를 넘어서,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전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몰빵식 집중’이 아니라 ‘균형 있는 전환’입니다. 기술, 경제, 문화, 돌봄, 환경은 서로 대립하는 영역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된 상호 의존의 축입니다. AI 산업을 육성하면서도 문화와 돌봄, 지역을 함께 살리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공동체의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국가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문화와 사람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덧 11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 2025년도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한 해의 여정을 차분히 돌아보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현장을 다시 단단히 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늘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2025년 11월 24일 신정호 드림.



<문화동향 "만" 37호>


<기사에 업근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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