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은
재정 구조 개혁에 달려 있습니다

2025.12.01.(문화동향 "만" / 38호)

by 담백

문화예산 축소와 중앙집중적 재정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문화 생태계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예술 창작지원은 복권·체육기금 3,677억 원 중 130억 원에 그쳐, 창작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며, 중앙 의존적 재정구조가 만들어낸 구조적 한계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지역이 자율적으로 문화재정을 설계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말해주듯, 공동세 확대와 신세원 발굴을 통한 지방재정 자율성 강화는 이제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역 간 예산 온도차도 심각합니다. 제주시가 사회복지 예산 쏠림으로 문화예술예산을 15% 삭감한 반면, 부산시는 예산을 95억 원으로 증액하며 2027년 100억 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순천시는 한발 더 나아가 905억 원 규모의 콘텐츠 전략펀드를 조성하여 지역 기업과 유입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지역의 재정력 차이가 곧 지역문화의 격차와 창작·기업 생태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점차 고착되고 있습니다.


한편, K-콘텐츠가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반영은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입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 영화·드라마 151편 가운데 기후위기를 직접 다룬 작품은 단 6편, 전체의 3.9%에 불과했습니다. OECD가 기후변화·생물다양성 손실·오염을 ‘삼중위기’로 규정하며 통합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문화산업이 시대적 책무를 외면할 경우, 국내 창작 생태계뿐 아니라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도적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지역에서 걷은 기금을 중앙이 사용하는 ‘선택적 기금’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으며, 공공건축물 미술작품은 설치 이후 관리 공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기금 역시 높은 집행률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는 등 ‘집행 중심 평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외국인 인구 유입 또한 내국인 감소 지역에서는 경제적 효과가 미미해 근본적 처방이 되기 어렵습니다.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는 지역사회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여러 학교와 병설 유치원이 폐교·폐원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교육·보육 인프라 재편은 지역문화정책과도 긴밀히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몰 쇠퇴와 지역 상권의 침체 역시 창작자 이탈과 지역 공동체의 약화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역 곳곳에서는 로컬 창업과 청년 실험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 예산과 장기적 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의 고유한 스토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로컬브랜딩과 일상형 여가 플랫폼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도시 정책은 4년 차에 접어들며 성과 검증과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의 연장 여부도 향후 지역 전략의 방향을 좌우할 것입니다. 또한 지방 곳곳에서 공공문화시설이 확충되고 있으나, 낮은 수지율과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제도 도입 20년 동안 확산이라는 성과를 이루었으나, 중앙 주도·공급 주체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역 단위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강화 없이는 저출생·인구감소 시대의 교육 격차가 곧 문화 격차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 문화정책이 요구하는 것은 단편적 사업의 확장이 아니라 재정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입니다. 팔길이 원칙에 기반한 민간 주도 정책 전환도 위원회의 독립성과 재정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담보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것입니다. 국악과 K-컬처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제작·유통을 아우르는 시스템적 정책 사다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지역문화의 미래는 재정의 자율성, 정책의 일관성, 행정의 책임성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강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집권적 관행을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문화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 분권과 재정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문화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회적 자산이며, 이 자산을 지켜내기 위한 구조적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한 해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문화는 과연 지역의 일상과 미래를 지켜내고 있는가.”


12월의 첫 페이지가 열린 지금, 올 한 해 여러 업무로 분주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건강 잘 살피시고, 따뜻하고 평안한 연말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신정호 드림.


문화동향 "만" 38호


기사에서 언급되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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