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대의 시대에서
생태 전환의 시대로

2025.12.08(문화동향 "만" 39호)

by 담백

2026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7조 8,555억 원으로 확정되며 문화정책은 다시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컬처 산업화와 문화시설 건립이 가속화되면서 겉으로는 정책이 활력을 띠는 듯 보이나, 예산 증가의 이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구조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재정 확대가 아니라, 문화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일입니다.


첫째, 지역 격차의 고착이 심각합니다. 203조 원의 균형발전 예산에도 전북은 185만 명에서 175만 명으로 감소했고, 11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청년 13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현실은 지역의 일자리와 문화환경이 삶의 질을 유지시키지 못한다는 방증입니다. 기존 지원 방식으로는 지역의 기반을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지역 생태를 복원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예술인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 기반 부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가입률 23.5%, 10년 넘게 지연되던 예술인 공제사업 재추진, 권리보호 교육 누적 25만 명 등은 현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예술인의 안전·복지·권리를 확보하지 않고는 어떠한 K-컬처 전략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예술인의 삶의 질을 정책의 기준점으로 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셋째, 대형 인프라 중심 확장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천·부산 등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문화시설은 도시 이미지 개선에는 기여하나, 콘텐츠·인력·운영 모델 없이 확장되는 시설은 곧 재정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퐁피두 유치 시 연간 75억 원 적자 전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시 경쟁력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와 이를 운영할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넷째, 창작 생태계의 자율성과 다양성 붕괴도 우려스럽습니다. 예비 예술인에게 학력·장르·교수 확인을 요구하는 공공지원 방식이나, ‘생태계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위계·브랜딩 중심으로 흐르는 공공정책은 창작의 자생력을 약화시킵니다. 글로벌 미술시장 재편과 AI 확산 속에서 예술가가 창작자에서 기획자·큐레이터로 역할을 확장하는 만큼, 정책 역시 자율성과 다양성 중심의 창작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화정책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예산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중앙 → 지역 중심

시설 → 사람 중심

단기 성과 → 지속 가능한 생태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문화는 도시의 미래와 시민의 생활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분야입니다. 확대된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쓰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산 확대의 시대에서 생태 전환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감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크리스마스도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내시는 남은 하루하루가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들로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정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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