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생활 VOL.14 포스트플라스틱 박람회
대체 에너지를 활용한 ‘도시 속 정원’, ‘정원 속 도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책이며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싱가포르의 미래 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글, 사진 송태갑
아름답고 무해한 녹색 자원이 왜 필요한지 묻는다면
급격한 기후변화로 농수산업, 관광산업 등은 물론이고 생존 기반을 무너뜨릴 정도의 거대한 위험에 맞닥뜨렸다. 공원과 녹지는 삭막한 도시에 꼭 필요한 소중한 녹색 자원으로, 양적으로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며 미관을 제공한다. 정부는 녹색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에 그린 인프라Green Infra를 도입했다. 이보다 앞서 서울시에서는 2018년, ‘서울 공원 내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사회 기반 시설 조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녹색 자원 관련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환경 문제와 삶의 질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겠다는 취지다.
융·복합 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가 지닌 녹색의 힘
싱가포르에서는 가로수길, 소공원을 비롯해 건축물 벽면, 옥상, 베란다 등에 이르기까지 마치 도시 전체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듯 어디에서나 녹색 경관을 접할 수 있다. 정부에서 싱가포르의 기후와 토양에 알맞은 수종을 엄선해 계획적으로 조성한 덕분이다. 장기적 비전 수립을 통해 정원의 도시City in a Garden 청사진을 마련, 도시 전체를 녹색 자원으로 연결했다. 올해 싱가포르 정부는 ‘정원의 도시’에서 ‘자연 속의 도시’로 국가 비전을 확장했다. 2012년 6월,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를 완성해 그 목표에 한걸음 다가섰다. 총면적 100ha에 이르는 이곳에는 수직 정원인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와 플라워 돔Flower Dome, 구름 숲Cloud Forest으로 구성된 2개의 유리온실이 있다. 슈퍼트리는 열대우림에서 영감받아 만든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다. 20~50m 높이의 18개 구조체가 무리 지어 있다. 그 옆에는 30개 국가의 16만 그루 이상의 식물이 자란다. 슈퍼트리에는 열을 흡수하거나 빗물을 저장하고, 태양에너지를 비축하는 기능이 있다. 태양 전지를 통해 얻은 에너지로 조명을 밝히고, 채집한 빗물은 슈퍼트리 기둥에 더부살이하는 식물에게 수분을 공급하거나 식물원의 냉각수로 사용한다. 유리온실에는 생태, ICT, 식물 등을 융합해 전 세계의 이색적인 생태 환경이 한데 모여 있다. 마냥 딱딱한 인공 구조물로 이루어진 정원이 아닌 것이다. 식물과 예술,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융·복합의 산물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에는 정원이 있다
대한민국 녹지는 갈수록 감소하고, 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빌딩 숲을 이룬다. AI와 스마트 도시에 대한 비전은 오래전부터 예측되어왔으나, 지속 가능한 도시, 사람이 살 만한 도시에 관한 물음에는 시원스러운 정책이나 실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상당 부분 싱가포르의 사례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바람직한 미래 도시상에 대한 대답은 수학 공식처럼 한두 마디로 제시할 순 없다. 그러나 융·복합 정원 도시를 향한 싱가포르의 도전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원은 도시가 과도하게 인공화되는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도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지, 어떤 도시로 가꾸어갈 것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송태갑
정원을 통해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정원 연구가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약 20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며 국내외 경관과 정원을 두루 살폈다. 정원을 통해 얻은 삶의 혜안을 몇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서로는 <정원을 거닐며 삶을 배우며>, <지혜와 위로를 주는 풍경의 발견>, <원예요법>, <생태환경계획설계론>, <녹색경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