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장’이 아니라 ‘생활 속 유통 미디어’로 진화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다이소에 입점하는 것은 ‘브랜드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패션 소품, 심지어 콜라보 한정판까지 진행하며 브랜드들이 다이소 입점을 ‘마케팅 채널’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천 원 숍’의 이미지였던 다이소는 이제 ‘생활 밀착형 유통 미디어’로 변모하고 있다.
왜 브랜드는 다이소에 들어가고 싶어 할까?
‘리치(Reach)’보다 강력한 ‘빈도(Frequency)’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한 번에 많은 사람에게 도달하는 리치(Reach) 전략과, 자주 노출되어 익숙함을 만드는 빈도(Frequency) 전략이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은 ‘리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백화점, 올리브영, 대형마트 모두 ‘많은 유입’을 노린다. 하지만 다이소는 다르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여러 번 방문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활용품, 문구, 식품, 미용잡화까지 다이소는 생활 루틴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반복 노출’이 가능하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 점이 매출보다 더 큰 가치다. 다이소는 “생활 속 노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아닌 ‘제품’ 중심의 구매 경험
다이소 매대에서 브랜드 로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제품의 기능, 가격, 패키징만으로 경쟁한다. 이 구조는 소비자가 브랜드 이미지를 떠나 ‘제품력’으로 판단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 덕분에 다이소는 신생 브랜드나 중소기업에게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어떤 기능이나 포맷에 반응하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뷰티 브랜드는 ‘휴대용 선스틱’을 다이소에서 2개월 테스트한 후,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몰에 리뉴얼 버전을 출시했다. 다이소는 이제 ‘상품 실험실’로 기능하고 있다.브랜드는 ‘저가 유통망’이 아닌 ‘데이터 채널’로 다이소를 활용하는 셈이다.
박리다매가 가능한 이유, 제조-유통 일체화
브랜드가 다이소에 입점하려면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하지만 다이소의 박리다매는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공급망 구조의 효율화에서 나온다.
다이소는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한 ‘소싱 일체화 모델’을 구축했다. 생산기획, 원가협상, 물류, 매장 진열까지 내부 시스템으로 통제한다. 즉, 브랜드가 아닌 ‘제품 기능 단위’로 공급망을 재편했다.
그 결과, 브랜드 입장에서도 ‘대량 공급 + 단기 테스트’가 가능하다.브랜드가 다이소를 통해 ‘신제품 론칭의 리스크’를 줄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랜드의 프리미엄이 아니라, 브랜드의 생활화”
다이소의 매력은 ‘싸다’보다 ‘가깝다’에 있다.소비자가 일상적으로 들르는 매장이자, 제품을 계획 없이 구매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브랜드는 이 구조를 이용해 ‘일상 속 진입’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가 ‘비타민 젤리’를 다이소에 입점시키면, 소비자는 “마트 가는 길에 사는 제품”이 아니라 “볼펜 사면서 덤으로 집는 간식형 건강식품”으로 인식한다.
이는 곧 브랜드의 ‘생활화(Everydayization)’다.프리미엄 이미지를 내려놓고, 일상 속 접점을 확장하는 전략이 브랜드 성장의 새로운 축이 되고 있다.
다이소는 이제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
최근 다이소는 자사 온라인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상품 검색과 리뷰, 재구매를 모두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매장 진열은 점점 더 ‘데이터 기반 광고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진열대의 위치, 진입 동선, 인기 상품 데이터가 브랜드의 상품 기획과 광고 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즉, 다이소는 ‘판매 채널’이 아니라 ‘생활형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에게는 더 이상 ‘저가 이미지’의 상징이 아니라, ‘생활 침투력’을 가진 마케팅 인프라가 된 셈이다.
다이소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
다이소의 성공은 가격이 아니라 ‘접점의 구조’에서 출발했다. 소비자, 특히 미래 타겟까지가장 자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물리적 공간.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장 비싼 자산이다.
따라서 다이소는 ‘천 원의 유통망’이 아니라, ‘브랜드가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이제 다이소는 “생활 속 브랜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