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의 길 위에서, 전혀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새로운 플레이어
11월29일 서울 성수 연무장길 한복판, 1000평 규모의 메머드급 플래그십 스토어 ‘블루엘리펀트 스페이스 성수’가 문을 열었다.
녹슨 철골 구조를 그대로 살린 외관, 지름 12m 구체형 오브제 ‘스피어(Sphere)’, 1층 공연 공간과 3층 카페, 4층 루프탑까지. 아이웨어 매장이면서 동시에 공연장, 전시 공간, 랜드마크 역할을 다 떠안은 이 건물은 “안경을 판다기보다 컬처를 판다”는 블루엘리펀트의 현재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숫자도 공격적이다.
국내 22개 직영점에서 출발해 성수 플래그십, 일본 하라주쿠·신주쿠, 제주, 명동 스포츠 전문점, 그리고 2026년 미국 비버리힐즈와 부산까지. 2019년 론칭 후 매출 50억 → 300억 → 500억 → 1000억 전망, 국내외 30개 매장 규모로의 확장은 “제2의 젠틀몬스터”라는 별칭이 과장이 아님을 말해준다.
젠몬 벤치마킹일까?
겹치는 지점은 분명하다.
경험형 플래그십과 힙한 상권 중심의 입점 전략은 유사하다. 성수·한남·연남·명동, 하라주쿠·신주쿠·비버리힐즈 등 ‘글로벌 힙 상권’을 따라가는 동선은 젠틀몬스터의 초기 전략과 거의 평행선이다.
‘안경점’이 아니라 ‘전시 공간’ 같은 매장 구성, 대형 오브제를 활용한 포토 스폿, SNS 확산을 전제로 한 동선 디자인 역시 젠몬식 스토어 전략의 명백한 레퍼런스를 느끼게 한다.
“한국 가면 라면은 안 사도 여기 안경은 꼭 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K-안경 투어·안경원 투어 상품이 생기고 외국인 리뷰가 쌓이는 구조도 젠몬과 놀라울 만큼 닮았다.
그러니까, “벤치마킹했느냐?”라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블루엘리펀트는 젠틀몬스터가 만든 길 위에서 달리고 있다. 다만, 속도와 운전 스타일이 다르다.”
다른 점은 ‘가격’이 아니라 ‘포지셔닝’
흔한 설명은 “블루엘리펀트 = 가성비 젠틀몬스터”다. 실제로 젠몬 30만 원대, 블루엘리펀트 5만 원대라는 가격 차이는 외국인·MZ 입장에선 매력적인 진입 장벽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단지 ‘싼 젠몬’으로만 보면, 성장 전략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블루엘리펀트의 진짜 포지셔닝은 “아이웨어 입문자·경험자 모두에게 부담 없이 추천 가능한 K-아이웨어의 표준 옵션”에 가깝다.
가격대가 낮으니, 한 번에 2~3개를 구매하는 다(多)소유 패턴을 만들기 쉽고 직영점 중심 유통으로 브랜드 경험을 직접 통제할 수 있으며 제품 라인업(베이직·익스클루시브·액티브)을 통해 ‘처음 안경 쓰는 10대부터 퍼포먼스 스포츠 라인을 찾는 20·30대’까지 연령·취향을 폭넓게 커버한다.
젠틀몬스터가 “예술·실험·아방가르드의 아이콘”에 가까운다면, 블루엘리펀트는 “힙하지만 일상에서 돌려쓰기 좋은, 실사용 중심의 트렌디 브랜드”에 더 가깝다. 즉, 브랜드 캐릭터에서부터 이미 미묘하게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성수 1000평 메가스토어의 진짜 의미
성수 스페이스의 구성은 꽤 노골적이다.
1·2층: 전 제품 라인(700여 종) 전시 및 판매
3층: 카페, 체류형 공간
4층: 루프탑, 휴식·뷰잉 공간
중앙: 성수의 새로운 포토 스폿 ‘스피어’ 오브제
이건 단순 플래그십이 아니라, “K-아이웨어 테마파크”에 가깝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SKU(제품 수)와 경험의 맞물림
젠몬이 비교적 강한 큐레이션과 강렬한 콘셉트로 ‘전시 관람’에 가까운 경험을 설계했다 블루엘리펀트는 기본적으로 “많이 써보고, 많이 사진 찍고, 많이 고르게 하는 공간”을 만든다 다시 말해, 판매 효율이 높은 경험형 공간을 지향한다.
관광 상품화 전제의 설계
공연 가능한 1층, 미디어 아트 가능한 스피어, 루프탑과 카페까지 포함된 구조는 성수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 동선에 “반나절 체류”를 유도하는 구조다. 이는 곧 안경+카페+공연+포토스폿이 결합된 복합 관광 IP로 이어진다.
성수 스페이스는 매장이자 쇼룸이자 관광 인프라다. 이 포맷이 성수에서 증명되면, 향후 부산·제주·해외 메가스토어로 카피 & 페이스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상한선을 거칠게 가정해보면, 블루엘리펀트의 중장기 성장 경로는 대략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1. 국내 아이웨어 1군 편입 (매출 1000억대, 현재 단계)
이미 300억 → 800~1000억 구간까지 가속 중이고, 성수 메가스토어와 전국 30여 개 매장 조합으로 “국내 여행 필수 코스 안경 브랜드” 포지션은 확보 가능하다. 이 단계의 핵심 KPI는 외국인 관광 매출 비중과 플래그십 방문 후 온라인 재구매율이다.
2. K-아이웨어 글로벌 레퍼런스 브랜드 (매출 수천억대)
일본 하라주쿠·신주쿠, 미국 비버리힐즈, 동남아·중화권까지 플래그십 벨트를 깔 수 있다면, 젠몬과는 다른 가격대·사용성 포지션 덕분에 “두 번째로 찾는 한국 안경 브랜드” 자리를 꽤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 구간에서 중요한 건 유통 파트너십·현지 가격 전략·현지인 인력 운영 능력이다.
3. 카테고리 확장 & 플랫폼화 (그 이후)
아이웨어를 넘어 액세서리, 헤드웨어, 디지털 디바이스(AR 글래스, 블루라이트, 웨어러블 연동)로 확장할 경우, “눈 주변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여지가 있다 이때 관건은 기술 기업과의 협업 능력, 그리고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와 “테크·프리미엄” 이미지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있다.
정리하면, “제2의 젠틀몬스터”가 되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젠몬 옆에서 아이웨어 시장 파이를 키워주는 세컨드 드라이버”가 되느냐의 싸움이다. 이미 숫자와 브랜드 파워로 볼 때, 그 가능성은 꽤 현실적인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결국, 블루엘리펀트의 성장 스토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젠틀몬스터가 ‘K-아이웨어의 아방가르드’를 열었다면, 블루엘리펀트는 ‘K-아이웨어의 대중적 플랫폼’을 노린다.” 단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브랜드 철학·내러티브가 덜 정교할 때 오는 피로감을 조심하고 지나치게 오프라인 확장에 의존할 경우, 경기 둔화 시 고정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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