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 실내 길안내·주소체계 도입으로 달라진 방문 경험
서울 강남 한복판, 코엑스몰은 오랫동안 “크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곳이었다.
국내 최대 실내 쇼핑 컴플렉스라는 타이틀, 그리고 주말마다 긴 줄을 만들던 대형 영화관 메가박스는 코엑스를 하나의 ‘목적지’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다. 코엑스몰은 여전히 크고 화려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지지 않았다. OTT의 부상과 영화 산업의 침체로 킬러 콘텐츠였던 영화관의 매력이 빠르게 희미해졌고, ‘코엑스 감성’을 만들던 로컬 브랜드들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거기에 여기저기 코엑스몰을 대체할만한 복합몰들은 넘쳐났다. 더해서 성수동, 한남동은 힙한 로컬감성의 크리에이터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대기업들은 그 공간을 커머스향 무료 테마파크인 팝업스토어로 꾸미기 시작했다. 결국 여가 시간의 점유율에서 코엑스몰은 방문 이유가 사라진 공간. 허츠버그의 2팩터 이론으로 말하면, 결정적인 방문의 ‘동기요인’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엑스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또 하나의 불만이 있다. 바로 “너무 복잡하다”는 것. 원하는 매장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야 하고, 지하 구조는 하늘과 땅이 전달하는 시각적 단서가 적어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목적지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도’ 찾아가기 어렵다 보니, 사람들은 코엑스에 올 때마다 의도치 않은 피로를 경험했다.
이는 브랜드 경험에 치명적이다. 동기요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위생요인-즉,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이 불편하면 고객은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코엑스몰은 바로 그 지점에서 오랫동안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세계가 코엑스몰의 운영을 다시 맡게 되었고, ‘스타필드 코엑스’로 운영을 리셋한다.
신세계는 코엑스를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일상을 채우는 라이프스타일 목적지로 다시 해석했다.
그리고 그 전략의 정점에 별마당도서관이 등장한다. 2017년, 거대한 서가가 쇼핑몰 한가운데 자리 잡은 순간, 스타필드 코엑스는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SNS에 수없이 공유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쇼핑몰 안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공공성, 휴식, 문화의 결합. 별마당도서관은 단숨에 새로운 동기요인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또 하나의 질문이 뒤이어 붙었다.
“근데… 별마당도서관 말고 다른데는 어떻게 가죠?”
동기요인이 강력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곳곳에 뿌려주기에는 개별 상점과 콘텐츠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고객들은 복잡한 길에서 헤매다가 긍정적 감정을 빠르게 소모시켰다. 즉, 스타필드 코엑스는 중요한 동기요인을 다시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위생요인’이라는 기반은 약했다.
그리고 최근, 드디어 이 위생요인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먼저 네이버 지도 실내 내비게이션이 도입됐다. 지하 공간에서도 마치 GPS처럼 실시간으로 위치를 잡아준다. 코엑스라는 ‘미로’에서 벗어나는 첫 혁신적 조치였다.
지하 주소 체계 도입
신세계가 운영을 하면서 '별마당길'이라는 파란 트랙을 만들어서 삼성역에서 봉은사역까지의 거리를 직관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최근 전통적인 구역명만으로는 부족했던 위치 정보를 ‘숫자’라는 정보체계로 다시 정리해냈다.
'루트’라는 주요 동선을 규정하고, 그 루트 옆 개별 상점에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번호가 비슷하면 서로 가까이 있다는 점이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고객은 마치 집 주소를 찾듯 코엑스 내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이 체계는 단순한 표기 변경이 아니라 공간의 정보 구조를 UI·UX 관점에서 재설계한 행위에 가깝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는 고객들이 느끼는 UX의 불편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네이버 실내 내비게이션과 주소 체계라는 두 가지 솔루션은 화려하진 않지만, ‘쇼핑몰’ 경험을 구성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요소들이다. 드디어 별마당도서관이라는 강력한 동기요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공간 브랜딩이 얻는 교훈
스타필드 코엑스의 변화는 우리에게 단순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사람들은 ‘좋아서’ 오지만, ‘불편하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최소화한 이후에야, 특별한 경험이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별마당도서관이라는 감성적 동기요인을 만들고,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피로를 줄이는 위생요인을 보완하는 일. 이 두 축이 맞물릴 때 브랜드는 다시 살아난다.
스타필드 코엑스는 지금, 그 균형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길을 잃어버렸던 공간이 다시 ‘찾아가고 싶은 장소’로 변하는 과정. 이 흐름은 앞으로의 공간 브랜딩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명확한 힌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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