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플랫폼 크림, 도산에서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전략의 전환점
도산동 한복판에 새로운 ‘광장’이 생겼다.
크림(KREAM)이 피치스(Peaches.), 탉(tak), 더커피(The Coffee)와 함께 오픈한 복합 문화 공간 ‘요새(YOSAE)’는 단순 플래그십이 아니라, 브랜드가 플랫폼을 어떻게 오프라인 문화로 전환시키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이다.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크림이 이제는 패션, 푸드, 자동차 문화, 커피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허브로 이동하고 있다.
요새의 구조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전략적이다.
중앙 ‘광장(廣場)’을 중심에 두고, 음식·패션·컬처 브랜드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도록 설계했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의 고객으로 접근하지만, 공간 안에서는 브랜드 간 경계가 무너지고 “취향이 흐르는 동선” 위에서 경험이 재조합된다. 이 지점은 플랫폼 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공간적 역량이다. 크림은 자사의 핵심 자산인 ‘커뮤니티·취향·트렌드’를 공간 설계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요소는 크림이 더 이상 ‘한정판 리셀 플랫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요새 도산은 크림이 자신을 패션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공식적으로 선언한 장면에 가깝다. 폴로 랄프 로렌과 협업한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은 이 전환의 상징적 장면이다. ‘낚시(Fishing)’라는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크림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단독 팝업을 열었다는 것은, 크림이 이제 단순 거래의 중개가 아니라 콘텐츠·컬처·내러티브를 생산하는 브랜드가 되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피치스가 제공하는 자동차 기반 스트리트 감성, 탉이 제공하는 미식 경험, 더커피의 일본식 미니멀 커피 문화가 더해지면서 ‘요새’는 하나의 도산형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된다. 사실상 도산동이라는 상권에 최적화된 브랜드 인터페이스다.
공간이 단순히 브랜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도산의 라이프스타일 DNA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큐레이션되어 있다.
크림의 전략을 브랜딩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플랫폼 기업도 결국 오프라인 경험을 장악해야 브랜드 파워가 완성된다. 온라인에서는 ‘거래’가 핵심이라면 오프라인에서는 ‘정체성’이 강화된다. 요새는 크림의 세계관을 사용자가 실제로 걷고 머무를 수 있게 만든 물리적 인터페이스다.
둘째, 브랜드 간 협업이 아니라 ‘취향 생태계’를 설계했다는 점이 크림의 차별점이다. 피치스·탉·더커피는 따로 놀지 않는다. 모두 “힙한 라이프스타일의 확장판”이라는 동일한 세계관 위에 올라와 있다.
셋째, 플래그십=스토어가 아니라 ‘광장(Square)’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방문 목적을 구매에서 체류로 옮겨놓았다. 이는 젠틀몬스터·무신사가 구축해온 경험형 리테일의 다음 단계라 할 수 있다. “살러 온 사람보다 보고, 머물고, 나누러 오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요새(YOSAE)는 크림이 던진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플랫폼이 브랜드가 되려면, 어떤 물리적 경험을 구축해야 하는가?”
크림은 그 답으로 ‘광장’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했다. 취향이 모이고, 소리와 냄새가 섞이고, 브랜드들이 서로의 서사를 증폭하는 곳. 요새는 도산동에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지도를 그렸고, 동시에 크림이 앞으로 어디로 가려 하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일종의 ‘메시지 공간’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