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오디션, 지원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7년 뒤에도 남지 않는 것들

by 신승호

캐릭터는 남고 연기자는 사라진다


6103_11649_3956.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버추얼 아이돌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저기 글로벌 버추얼아이돌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이돌 준비생 입장에서 버추얼 아이돌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고, 자신만의 세계관 속 캐릭터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으며, 팬들과의 소통도 물리적 제약이 적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업처럼 보인다. 특히 성우, 스트리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스타 탄생의 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산업의 밝은 면만 보고 오디션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작 중요한 사실 하나를 모른 채 들어가기 때문이다. 버추얼 아이돌 산업에서 연기자가 얻는 권리와 커리어 자산은 전통 아이돌보다 훨씬 적고, 심지어 7년 활동 후에도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의 본질은 IP 산업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고, 캐릭터의 소유권은 대부분 회사에 있다. 당신이 7년 동안 목소리, 말투, 팬과의 케미, 세계관적 역할, 즉흥적 연기력까지 총동원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그 캐릭터의 이름은 회사의 것이고,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연기자가 쌓은 모든 브랜드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계약이 끝나는 순간 캐릭터는 그대로 그 자리에 남지만, 연기자는 그 캐릭터를 떠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버추얼 아이돌 활동은 화려하게 시작해도 끝났을 때 무엇 하나 손에 남지 않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전통 아이돌은 적어도 자신의 얼굴과 본명이라는 강력한 고유 자산을 갖는다.


그러나 버추얼 아이돌 연기자는 초상권, 성명권, 얼굴 기반 브랜드라는 가장 기본적인 자산조차 갖지 못한다. 연기자의 얼굴은 알려지지 않고, 활동명은 회사 소유이며, 팬들은 캐릭터를 사랑하지 연기자를 알지 못한다. 캐릭터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매일 쏟아낸 감정과 노력은 모두 캐릭터에게 귀속되는 셈이다. 회사가 교체를 결정하면 같은 캐릭터에 다른 연기자가 들어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다. 연기자 개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며, 팬덤이 따라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버추얼 산업은 캐릭터 중심 산업이기 때문에 연기자 개인의 존재는 쉽게 지워지거나 대체될 수 있다.


계약 종료 후 현실은 더 냉혹하다.


연기자가 어떤 캐릭터였는지 법적으로 밝히기 어려울 수 있으며, 활동 당시의 음색이나 말투를 그대로 가져오면 저작권, IP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 캐릭터로 재데뷔하더라도 팬덤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트리머나 버튜버로의 독립도 가능하지만, 독자적 브랜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경쟁해야 한다. 7년 동안 실력을 쌓아왔음에도 ‘이름 있는 커리어’가 남지 않는 구조다.


그렇다면 왜 많은 지원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까?


산업이 아직 초기이고 정보 비대칭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오디션 공고에서 버추얼 산업의 장점만 강조하고, 구조적 리스크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활동 중인 연기자들은 NDA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공유할 수 없다. 캐릭터 중심의 콘텐츠가 주목받기 때문에, 그 뒤에서 연기자가 어떤 구조로 일하고 있는지 소비자도, 지원자도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많은 청년들이 “좋아 보이니까”, “재미있어 보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하게 된다.


그렇다고 버추얼 아이돌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가 밝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고 들어가야 한다. 캐릭터 뒤에 숨는 것이 괜찮은지, 내 실명 브랜드가 쌓이지 않아도 괜찮은지, 계약 종료 후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또한 회사가 연기자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IP는 회사의 것이지만, 커리어는 개인의 삶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7년이라는 시간이 공중으로 흩어져버릴 수 있다.


결국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기자의 권리가 반드시 확장되어야 한다.


캐릭터 공동 소유 모델, 퍼포먼스 권리 인정, 계약 종료 후의 2차 캐릭터 제작 지원, 팬덤 전환 장치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연기자의 삶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함께 보호된다. 버추얼 아이돌을 꿈꾼다면, 단지 꿈 때문만이 아니라 구조를 정확히 이해한 뒤 선택해야 한다. “내 이름이 남지 않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뒤에도 그 길을 걷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선택은 훨씬 더 단단하고 성숙한 것이 될 것이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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