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는 이미 공항 입국장에 서 있다

소셜미디어 검열·안면인식이 일상이 된 시대

by 신승호


6160_11767_425.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빅브라더는 이미 공항 입국장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을 가진 두 나라는 ‘자유’와 ‘공동체’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의 모습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입국을 위해 지난 5년간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제출해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중국 도시 곳곳에서 얼굴을 카메라에 들이대야 한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국가가 얼굴과 생각을 동시에 수집하는 시대를 상징한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CBP)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비자 면제 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에 따른 ESTA(전자여행허가) 신청자는 과거 5년간의 소셜미디어 히스토리를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소셜미디어 계정 이름뿐 아니라 전화번호 이메일 IP 주소 사진 메타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와 생체 정보도 함께 요구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변화는 관광객·출장객 등 단기 방문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국가 안보 강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기 검열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2025년 6월 1일부터 안면인식 기술 적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을 시행했다.


이 조치들은 안면인식이 다른 신원 확인 수단 없이 단독으로 사용될 수 없도록 하고, 데이터 수집 저장 사용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 동의가 필요한 상황을 규정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동의가 필요하도록 한 점 등이 포함된다.


한국도 감시 기술을 일상에서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공항 자동출입국심사와 학교 아파트 단지의 안면인식 출입 시스템, 그리고 도시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CCTV는 편리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을 주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개인영상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로 분류되어 엄격한 보호 대상이지만, 실제로 CCTV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CCTV와 안면인식을 결합해 사람들의 이동을 추적한 사례도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국가 감시체계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핵심은, 단지 기술이 도입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과 표현을 조정하게 되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경에서 지난 SNS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글쓰기 태도를 바꾸고, 중국의 안면인식 규제가 강화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일부 사람들은 관련 시설 방문을 꺼릴 수 있다. 이는 법적 검열보다 더 깊은 형태의 자기 검열(self-censorship)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스스로 침묵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는 여러 이유로 강화된다.


기준이 불명확할수록,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려 한다. 미국 입국 시 소셜미디어 기록이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억제하게 되고, 중국의 안면인식 카메라가 널리 퍼진 공간에서는 공공시위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 “나는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상관없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만 맞다. 진짜 문제는 ‘나쁜 짓’의 기준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그 변화가 감시 체계에 의해 쉽게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강대국 두나라가 서로를 비판하는 점도 아이러니다.


미국은 중국의 안면인식 감시와 소수민족 통제를 인권 침해로 비난하고, 중국은 미국의 소셜미디어 심사 강화와 입국 제한을 “이중 잣대”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모으고 사람을 점수화하며 선별하려는 욕망 자체는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체제도, 이념도, 정당도 다르지만, ‘빅데이터’와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 사회 역시 공항의 자동입국심사, 학교와 아파트의 안면인식 출입, 수많은 CCTV, 온·오프라인 실명 인증과 계정 연동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범죄 예방이나 편의성이라는 명확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누가 감시자를 감시할 것인가”라는 사회적 합의와 통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빅브라더 사회’라는 말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공항 입국장, 대학 교문, 주거단지 현관, SNS 로그인 화면에서 우리는 이미 그 문턱을 넘어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공포로 모든 것을 거부하는 태도가 아니다. 정보 수집의 투명성, 목적 제한, 저장 기간 제한, 그리고 시민이 그 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국가는 항상 “안보”와 “안전”을 이유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것이다. 기업은 “편리함”과 “맞춤형 서비스”를 이유로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려 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그 정보가 정말 필요한가?”

“그 정보가 쌓였을 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떤 칼날이 될 수 있는가?”
“이 시스템을 되돌리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가?”


빅브라더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편리함과 안전, 애국심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조용히, 그리고 되돌리기 어렵게 스며든다. 우리가 아직 말할 수 있고, 아직 얼굴을 카메라 앞에 들이밀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가 남아 있을 때, 이 질문들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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