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테크]디즈니는 왜 오픈AI와 손잡았나

AI 시대, 저작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권력은 이동한다

by 신승호

전 국민 카톡 프로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게 했던 오픈AI가 디즈니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AI의 창작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지난 11일 디즈니는 OpenAI와 3년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자사 IP를 생성형 AI에 ‘조건부로’ 개방했다. 이 계약에 따라 Sora는 미키마우스,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200여 개의 디즈니 계열 캐릭터를 활용해 팬이 직접 프롬프트로 생성한 짧은 소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 영상들은 공유 가능한 팬 콘텐츠로 소비될 뿐 아니라, 일부는 큐레이션을 거쳐 디즈니+에서 공식 스트리밍 콘텐츠로 제공된다.


6167_11781_011.png


AI가 만든 결과물이 단순한 실험이나 팬아트에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의 정식 콘텐츠 유통망 안으로 편입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팬이 만들고, AI가 생성하고, 디즈니가 유통한다. 창작의 주체가 완전히 재배치되는 구조다.


동시에 디즈니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6167_11783_244.gif 이미지=SORA생성


이번 계약에는 배우의 얼굴, 목소리, 실제 인물의 초상과 성명권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캐릭터와 세계관은 열되, 인간의 신체성과 정체성은 닫아둔 것이다. 이는 윤리적 선언이기 이전에 법적 현실 인식이다. AI 시대의 가장 위험한 지점이 바로 ‘목소리와 얼굴’이라는 것을, 디즈니는 정확히 알고 있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라이선스 계약이 아니다. 디즈니는 OpenAI에 1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며 주요 주주가 되었고, 동시에 OpenAI의 핵심 고객이 된다. 디즈니+를 포함한 신규 제품과 경험에 OpenAI API를 활용하고, 사내 업무 전반에 ChatGPT를 배치한다. 즉, 디즈니는 AI를 외부 도구가 아니라 자사 콘텐츠 파이프라인 내부로 끌어들였다.


이 장면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쟁의 방향을 바꾼다.


그동안의 논쟁이 “AI가 창작을 침해하는가”였다면, 이제 질문은 “누가 AI를 통제하며, 어떤 IP가 AI를 통해 확장되는가”로 이동한다. AI는 더 이상 무단 침입자가 아니라, 계약을 통해 길들여진 유통 엔진이 된다.


저작권의 구조도 함께 변한다.


6167_11780_5956.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전통적 저작권은 ‘누가 만들었는가’에 집중했지만, AI 시대에는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책임과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디즈니와 OpenAI는 이번 계약에서 이 문제를 명확히 분리했다. 캐릭터, 의상, 소품, 탈것, 배경 환경은 허용하되, 인간의 정체성은 제외한다. 그리고 그 모든 생성물은 안전 장치, 연령 정책, 유해 콘텐츠 필터링 아래에서 관리된다.


이 구조는 지브리 스타일 논란과 결정적으로 대비된다.


지브리 논쟁이 ‘스타일은 보호 대상인가’라는 감정적 질문이었다면, 디즈니의 선택은 ‘IP는 어떻게 설계되고 거래되는가’라는 산업적 답변이다. 디즈니는 AI를 막지 않았다. 대신 AI가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계약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이 선택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디즈니처럼 IP를 소유한 기업은 AI와 협상할 수 있지만, 다수의 개인 창작자는 그렇지 않다. 콘셉트 아티스트, 스토리 작가, 버추얼 캐릭터 연기자들은 여전히 IP의 ‘기여자’일 뿐 ‘소유자’가 아니다. AI가 세계관을 확장할수록, 이들의 몫은 계약서 밖으로 밀려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이번 제휴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계약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좋은 모델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IP를 어떻게 쪼개고, 어디까지 열고, 무엇을 지키는지 설계할 수 있는 주체다.


지브리 스타일 이슈 이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 명확해졌다. AI가 내 그림을 따라 그리는가가 아니라, AI가 내 세계를 사용할 때, 나는 어떤 권리를 갖는가. 디즈니는 먼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에 대해 모든 창작자들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167



매거진의 이전글②스텔라이브vs나이비스:팬덤은 캐릭터가 아니라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