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P Decoding

흑백요리사 백종원은 예능인인가, 상장사 CEO인가

퍼스널 브랜드는 언제 기업 리스크가 되는가

by 신승호


6320_11977_4616.png 사진=더본코리아 홈페이지


백종원은 오랫동안 실패하지 않는 인물처럼 보였다.


요식업에서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방송에서는 자영업자의 편이었으며, 대중에게는 믿고 보는 ‘동네 아저씨’였다. 그는 요리사도 아니고 전통적인 예능인도 아니었지만, 바로 그 애매한 위치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생활형 신뢰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한쪽에서는 대통령후보로 나와도 된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백종원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이미지 논란이나 프로그램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출발점에는 ‘상장’이라는 결정이 있다. 상장은 축하가 아니라 시험이다. 기업이 더 이상 개인의 서사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순간이며, CEO는 호감형 캐릭터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시스템의 책임자가 된다. 이 지점에서 백종원의 브랜드는 처음으로 구조적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절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의 판단과 직관, 그리고 개인 신뢰로 운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 회사는 전혀 다른 언어로 평가받는다. 의도가 아니라 숫자와 공시로, 캐릭터가 아니라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로 검증된다. 이 순간 CEO는 예능인이 될 수 없고, 방송인은 경영자가 될 수 없다. 두 역할은 요구하는 책임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종원이 여전히 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요식업 전문가처럼 발언하고, 방송인처럼 소비되며, 동시에 상장사의 얼굴로 존재한다.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가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그는 요리 심사위원의 자리에 서 있지만, 순수한 셰프의 전문성도 아니고 경영자로서의 거리두기도 없는 애매한 권위 위에 서 있다. 그 결과 발생하는 것은 논쟁이 아니라 권위의 붕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미 이 질문을 먼저 통과했다.


박진영은 엔터테이너로 남는 길을 선택했다. 무대 위에서 소비되는 개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반대로 이수만은 경영자의 길을 택해 전면에서 물러나 시스템과 IP를 설계하는 역할로 이동했다. 두 선택 모두 비판을 받았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백종원의 가장 큰 자산은 요리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신뢰였다.


자영업자들이 그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기술보다 태도, 전문성보다 감정적 연대에 있었다. 그러나 상장 이후 그 신뢰는 개인의 호감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회사는 커졌고 이해관계자는 시청자가 아니라 주주가 되었으며, 실수는 해프닝이 아니라 기업 리스크가 된다.


지금 백종원에게 필요한 것은 해명도, 반박도, 새로운 예능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선택이다. 방송인으로 남을 것인지, 상장사의 CEO로서 물러나 구조를 설계할 것인지, 혹은 전혀 다른 역할을 정의할 것인지. 이 선택을 미루는 순간 그는 어느 쪽에서도 신뢰를 지키기 어렵다.


백종원은 실패한 인물이 아니다. 다만 그는 성공 이후 누구나 마주하는 정체성의 관문 앞에 서 있다. 동네 아저씨의 시대는 끝났을지 모른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백종원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https://www.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632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왜 올해는 케데헌만 보였고,올데이 프로젝트만 살아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