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단순한 유통 기업이 아니다.
한국 이커머스와 물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한 기업이자, 소비자 편의 혁신의 상징이었다. 빠른 배송, 방대한 상품 구성, 플랫폼을 통한 중소 판매자의 진입 기회는 쿠팡을 한국 소비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쿠팡을 둘러싼 비판은 이제 경쟁 기업과의 갈등이나 개별 사건을 넘어, 한국 사회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핵심에는 ‘한국 사회가 제공한 인프라와 제도의 성과가 해외로 이전된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며,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막대한 매출과 성장의 과실이 결국 미국 법인과 해외 주주에게 귀속된다는 구조는 국부 유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반외자 정서라기보다, 글로벌 자본 구조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집단적 불안과 문제의식에 가깝다. 쿠팡은 그 논쟁이 가장 선명하게 투영된 사례가 됐다.
쿠팡의 지배구조 역시 비판의 중심에 있다.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태 이후,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실질적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위기 국면에서 국내 경영진이 사임하고, 미국 본사 임원이 임시 CEO로 선임된 과정은 책임의 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본사에 있다는 인상을 강화했다.
특히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이 가능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책임 추궁은 해외 사법 시스템에 더 기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한국의 기업 책임 구조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2025년 말 발생한 33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쿠팡의 위기를 결정적으로 증폭시켰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고, 사고가 수개월간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은 내부 통제와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보인 경영진의 태도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회의를 키웠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이 사건을 디지털 시대의 안전망 문제로 규정하고, 데이터 보호 관련 법·제도 강화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규제 당국의 개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쿠팡은 성장 과정에서 기존 유통·물류 산업과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물류 엔터 커머스 등 사업 전 영역에 경쟁인 CJ를 비롯 신세계, 롯데 등 전통 커머스 대기업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일부에서는 쿠팡이 기득권 산업의 표적이 됐다고 보기도 한다. 심지어 네이버,카카오,토스,배민 등 신규 IT대기업들과도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 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비판은 쿠팡이 제도권과의 관계 설정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오랜 시간 언론, 정책 커뮤니티, 정부와의 관계망을 통해 갈등을 조정해왔다. 반면 쿠팡은 소비자 지지를 기반으로 한 속도 중심의 성장 전략에 집중했고, 상장 이후에야 대관·법무 조직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그 결과 위기 상황에서의 소통, 책임 설명, 사회적 설득 과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본사 중심의 대응 방식은 한국 사회가 기대하는 투명한 책임 구조와 더욱 괴리를 낳았다.
쿠팡을 둘러싼 논쟁은 더 이상 혁신 기업 대 규제라는 단순 구도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혁신의 성과는 어떻게 사회에 환원되는가, 글로벌 자본 구조 속에서 국내 경제의 몫은 무엇인가,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 확장돼야 하는가, 제도와 시장은 플랫폼 기업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겹쳐 있다.
쿠팡에 대한 분노는 특정 기업에 대한 감정적 반감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어떤 규칙과 책임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질문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쿠팡을 단순한 혁신 신화로 바라보지 않는다. 편리함 뒤에 남은 불신, 책임의 공백, 재분배와 신뢰의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쿠팡은 여전히 플랫폼 혁신의 상징이지만, 그 성장은 동시에 한국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쿠팡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기업 책임과 경제 주권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답은 이제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