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은 쉬워졌지만, 비즈니스는 더 어려워졌다
요즘 직장인 대상 AI 바이브코딩 교육 광고에는 유난히 비슷한 문장이 반복된다.
코딩을 몰라도 괜찮다, 퇴근 후 몇 달이면 앱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이 문장들은 기술의 가능성을 말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정서를 만든다.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 조금만 배우면 나도 창업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다.
바이브코딩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개발자를 찾아가야 했을 간단한 도구나 프로토타입은 이제 혼자서도 만들어볼 수 있다. 작동하는 앱을 화면에 띄우는 경험까지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여기서 자주 생략되는 한 단계다. 앱을 만든다는 것과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비즈니스로서의 앱은 단순히 기능이 돌아가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하고,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들과 비교해 왜 선택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사용자를 데려오기 위한 마케팅 경로가 필요하고, 수익 구조를 설계해야 하며, 업데이트와 유지보수는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제, 보안, 고객 대응 같은 영역은 시간이 갈수록 더 복잡해진다. 바이브코딩은 이 과정 중 가장 앞부분, 그것도 일부만 빠르게 만들어줄 뿐이다. 나머지는 여전히 시간과 자본, 그리고 조직의 문제로 남는다.
이 지점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은근히 위험해진다.
왜냐하면 실패했을 때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끈기가 없어서,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해서라는 식의 해석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현실의 앱 시장은 이미 플랫폼 독점과 네트워크 효과, 마케팅 자본이 강하게 작동하는 구조다. 수많은 앱이 다운로드 수 몇 백 회도 넘기지 못한 채 사라진다. 서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업데이트가 끊긴 채 방치된다. 그럼에도 실패를 구조의 문제로 설명하는 대신 “그래도 경험은 남았다”는 말로 정리된다. 위로처럼 들리지만, 실은 구조적 불가능을 개인의 성장 서사로 포장하는 문장이다.
또 하나의 착각은 도구가 쉬워지면 경쟁도 쉬워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바이브코딩은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경쟁장벽을 낮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대다. 만들기 쉬워질수록 비슷한 앱은 더 빠르게 늘어나고, 눈에 띄기 위한 비용은 더 커진다. 과거에는 코드를 직접 짤 수 있는 사람이 희소했지만, 지금은 사용자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 장기간 운영을 버틸 수 있는 팀과 자본이 더 희소한 자원이 됐다. 출발선에 서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결승선의 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장인에게 바이브코딩 교육은 의미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문제는 방향이다. 직장인에게 이 기술이 유의미한 지점은 ‘앱 창업’이라는 환상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재구성하는 능력에 있다.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고, 문제를 기술적으로 분해해보는 사고를 기르는 것, 개발자나 외주와 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를 갖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판단력이다.
DX산업이 성숙할수록 “누구나”라는 말은 더 자주 등장한다.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던 시절이 있었고, 누구나 NFT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AI로 앱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은 구조적 희소성을 개인의 노력으로 덮는다는 데 있다. 바이브코딩은 분명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만들어낼 미래는 모두가 창업가가 되는 세상이 아니다. 소수만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다수는 실험에서 멈추는 세상이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기술은 희망이 아니라 도구로 남을 수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