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 그리고 디바이스가 사라지는 시대의 시작
최근 스페이스X의 상장(IPO)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은 단순한 기업 공개를 넘어선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우주 산업의 판이 바뀌는 사건”이라 평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스페이스X는 더 이상 로켓을 쏘는 제조사가 아니다. 통신, 국방, 자율주행, 그리고 AI 인프라가 하나의 생태계로 결속되는 지점에 선 ‘지구망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 이번 상장은 한 기업의 이벤트를 넘어, 지상 산업과 우주 산업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다.
일론 머스크의 자산 구조를 뜯어보면 이 흐름은 더욱 명확해진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기업은 테슬라이지만, 그의 자산 중 가장 견고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은 스페이스X다. 테슬라가 수차례의 상장과 보상을 거치며 지분이 희석된 반면, 스페이스X는 창업자 지분이 여전히 약 40%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 우주 산업이 ‘돈 안 되는 낭비’로 치부되던 암흑기에도 머스크가 끝내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냈음을 증명한다. 그 고집스러운 기다림은 역설적으로 현재 스페이스X가 시장에서 갖는 독점적 권위의 기반이 되었다.
스페이스X를 여전히 ‘미래를 담보로 적자를 내는 회사’로 인식한다면 이는 낡은 정보다.
현재 스페이스X는 연 매출 수십 조 원, 영업이익 수조 원을 기록하는 거대한 현금 창출 기계(Cash Cow)다. 연간 130회 이상의 발사 횟수는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인 운영 역량’의 영역에 들어섰다. 특히 고성장 기업임에도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는 점은 이들을 제조업이 아닌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하게 만든다. ‘1조 달러(약 1,300조 원)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공상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재평가의 심장에는 스타링크(Starlink)가 있다.
스타링크는 단순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 단위 통신망, 국방 시스템, 자율주행, 항공·해운을 연결하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레이어’다. 이미 음영 지역과 군사 작전 현장에서 스타링크는 대체재가 아닌 표준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OECD 국가 주요 통신사들의 시가총액 합계와 스타링크의 잠재 가치를 비교해도 과하지 않다. 통신이 국가 독점 산업이던 시대의 낡은 질서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 거대한 네트워크는 결국 ‘디바이스의 종말’과 맞닿아 있다.
머스크의 예언대로 스마트폰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는 물리적 기기의 소멸이라기보다 ‘인터랙션의 중심 이동’을 뜻한다.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자동차 시트가 거실 소파가 되고, 차량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을 대체한다. 집안의 거울, 가전, 공간 자체가 인터페이스가 되는 시대. Z세대가 화면을 터치하는 대신 AI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과업을 처리하는 풍경은 이미 시작된 미래다.
이 변화의 핵심은 명확하다. 다음 플랫폼은 디바이스가 아니라 ‘모델(Model)’이다.
우리는 곧 형태 없는 지능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의사결정을 위임하고 삶을 설계하는 시대에 진입한다. 영화 〈Her〉의 세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침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운영체제의 형태가 아니라, 인간이 지능과 맺는 관계의 방식이다.
2007년 스마트폰 혁명이 기기의 승리가 아닌 에코시스템의 승리였듯, AI와 우주 시대의 본질 역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 메커니즘의 근원적 변화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바로 그 변화를 가장 거칠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이다. 자본시장은 늘 꿈과 서사를 먹고 성장한다. 관건은 그것이 튤립 광풍 같은 환상인지, 산업 질서를 재편하는 구조적 혁명인지다. 우주와 AI가 결합한 이 거대한 파도는 명백히 후자에 가깝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 누군가는 성벽을 쌓고 누군가는 돛을 올린다. 분명한 것은 이제 지상(地上)의 질서만으로는 다가올 시대를 해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주와 AI가 결합한 이 비가역적인 도약 앞에서, 우리는 관객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항해의 주역이 될 것인가. 질문은 이미 던져졌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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