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크] MTV의 몰락이 KPOP에 던지는 경고

CATV 시대의 문법을 버리지 못한 거인의 최후

by 신승호
7042_13020_4545.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MTV는 한때 X세대의 세계관 그 자체였다.


MTV가 호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방영된 MTV 채널의 방송을 중단한다. 1981년, 음악을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꾼 최초의 미디어였던 그들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를 첫 곡으로 틀며 라디오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리고 4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선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대중은 “Streaming Killed the Video Star”라고 말하며 MTV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36년 역사의 'MTV'가 폐쇄되고 채널의 영향력이 사실상 소멸한 것은 단순히 한 미디어의 몰락이 아니다. 플랫폼이 바뀌었을 때 '콘텐츠 문법'을 갱신하지 못한 미디어가 어떻게 고립되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교과서다.


TV라는 디바이스가 낳은 ‘시각적 제국’


MTV는 음악 채널이기 이전에 'TV'라는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콘텐츠 실험장이었다. 3~5분짜리 뮤직비디오,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전제로 한 스타 시스템, 음악을 이미지와 서사로 소비하게 만든 문법은 오직 TV라는 화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워크맨의 청각적 경험을 시각적 충격으로 치환한 이 전략은 1980~90년대를 지배한 ‘MTV 세대’를 탄생시켰다.


이 유전자는 한국 K-POP의 기원으로 이어졌다. SM의 이수만 프로듀서가 미국 유학 시절 MTV를 보며 얻은 통찰, 즉 “음악은 이제 시각 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H.O.T.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노래보다 콘셉트, 가창력보다 캐릭터, 앨범보다 세계관을 강조하는 K-POP의 문법은 태생부터 지극히 'MTV적'이었다.


왜 거인은 무너졌는가: '편성'과 '선택'의 충돌


많은 이는 “Z세대가 TV를 안 본다”고 진단하지만, 본질은 조금 다르다. Z세대는 TV를 안 보는 것이 아니라, ‘TV용 콘텐츠 문법’을 거부한다. 그들은 실시간 편성표를 기다리지 않으며, ‘방송국이 틀어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찾고, 고르고, 즉시 소비한다.


MTV의 패인은 플랫폼이 바뀌는 동안에도 끝까지 TV 시대의 문법인 ‘편성(Programming)’을 붙잡았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MTV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진화시켰음을 간과했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는 채널이 아닌 개별 IP가 됐고, 스타는 방송국 소속이 아닌 플랫폼 주체가 됐으며, 편성권은 제작자가 아닌 시청자에게 넘어갔다. MTV가 ‘틀어주는 미디어’에 머무는 동안, 세상은 ‘선택하게 만드는 미디어’로 이동했다.


Mnet은 MTV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는가?


한국의 Mnet 역시 한 시대를 정의한 음악 채널이다. Mnet은 한국 대중음악을 ‘방송 이벤트’로 만들었고, 오디션과 시상식을 통해 산업의 호름을 주도해왔다. 다행히 Mnet은 MTV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MAMA를 글로벌 시상식으로 확장하고, 'Mnet Plus' 같은 자체 플랫폼과 유튜브 IP(M2 등)를 통해 스트리밍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것은 근본적인 콘텐츠 문법의 전환인가, 아니면 과거의 방송 문법을 플랫폼만 바꿔 유통하는 단계인가? 시상식과 오디션은 여전히 ‘대형 이벤트’ 중심의 방송 시대 논리에 기반한다. 실시간성과 일회성이라는 방송의 강력한 장점은 스트리밍 시대에 ‘개인화된 알고리즘’과 충돌한다.


새로운 디바이스는 새로운 문법을 요구한다


7042_13022_5024.png 이미지=제미나이 생성


MTV의 몰락이 주는 진짜 교훈은 기술을 놓쳐서가 아니라, 콘텐츠 사고(Thinking)를 갱신하지 못해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TV가 라디오를 밀어냈을 때 ‘뮤직비디오’라는 새로운 문법이 필요했듯, 스마트폰이 TV를 대체한 지금은 쇼츠(Shorts), 알고리즘 기반의 큐레이션, 그리고 XR/AI와 결합한 초개인화된 경험이 필요하다. 단순히 방송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플랫폼 전이에 불과하다.


이제 AI와 XR, 알고리즘과 메타버스의 시대를 논하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게 MTV는 묻고 있다. “당신들은 새로운 기술 위에 과거의 콘텐츠를 얹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문법을 창조하고 있는가?” 다음 차례가 누가 될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달려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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