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오픈AI의 향후 전략방향은?
AI 패권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전쟁의 형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2026년 초, 애플과 구글의 제휴 소식은 단순한 기업 협력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애플의 항복’, ‘구글의 천하 평정’으로 규정하며 AI 패권 경쟁의 종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AI 경쟁을 여전히 단선적인 기술 우위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오독에 가깝다.
지금 AI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재편이다. 모델 기업, 플랫폼 기업, 디바이스 기업, 그리고 새로운 에이전트 주체들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분화하고 있다. 이 3편의 칼럼 시리즈는 애플, 구글, 오픈AI라는 세 주체를 통해 AI 시대 권력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1편] 애플 무너지나...플랫폼 권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제2편] 구글의 반격: "우리가 없으면 당신들의 AI도 없다"
[제3편] 오픈AI의 야심: 스마트폰 체제를 전복할 ‘제3의 영토
낀 세대가 아닌, 체제 전복자(Disruptor)의 등장
애플이 구글의 엔진을 빌려 성벽을 보수하고, 구글이 그 성벽의 핵심 부품이 되어 안주할 때, 시장의 시선은 한곳으로 모인다. 바로 샘 알트먼이 이끄는 오픈AI(OpenAI)다. 2026년 현재, 오픈AI는 애플과 구글의 동맹 사이에서 소외된 ‘제3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만든 ‘공포의 근원’이자, 스마트폰이라는 이전유물의 종말을 고하려는 ‘체제 전복자’다.
오픈AI의 성장 공식은 애플의 ‘플랫폼 점유’나 구글의 ‘인프라 독점’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들의 야심은 애플의 앱스토어 안에서 가장 똑똑한 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앱스토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 없는, 이른바 ‘포스트 스마트폰(Post-Smartphone)’ 시대를 여는 것이다.
조니 아이브와의 밀월: “화면의 시대를 끝내겠다”
오픈AI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GPT-5나 그 이상의 모델 성능이 아니다. 바로 전 애플 디자인 총괄 조니 아이브(Jony Ive)와 함께 설계 중인 ‘AI 네이티브 하드웨어’다. 코드명 ‘IO(또는 Sweetpea)’로 알려진 이 기기는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처럼 인류의 디지털 경험을 완전히 재정의하려 한다.
스크린으로부터의 해방
오픈AI가 그리는 미래에는 더 이상 고개를 숙이고 화면을 문지르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조니 아이브의 미니멀리즘과 오픈AI의 멀티모달(Multimodal) 지능이 결합된 이 기기는 사용자의 목소리와 시각적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공기처럼 사용자의 일상에 ‘상주’하며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만약 이 기기가 아이폰의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뺏어오기 시작한다면, 애플이 쌓아올린 ‘화면 기반의 앱 생태계’는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
‘오퍼레이터(Operator)’: 앱 대신 ‘행동’을 소유하다
오픈AI가 추구하는 또 다른 핵심 전략은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완성이다. 2025년 하반기 공개된 ‘오퍼레이터’ 기술은 단순한 답변을 넘어 사용자의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직접 조작한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가 “사용자를 우리 앱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오픈AI는 “사용자가 앱을 전혀 켜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는 정반대의 길을 간다.
“다음 주 제주도 여행 가족 4명 비행기표랑 숙소, 렌터카까지 최저가로 예약하고 단톡방에 공지해줘.”
이 한마디면 오픈AI의 에이전트가 브라우저를 직접 돌아다니며 모든 결제와 예약을 끝낸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항공사 앱도, 여행사 앱도, 카카오톡도 직접 켤 필요가 없다. 모든 서비스의 ‘입구’를 오픈AI가 장악하는 순간,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와 구글의 검색 광고는 설 자리를 잃는다.
자본과 인프라의 독립: 7조 달러의 도박
오픈AI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연산 비용’과 ‘인프라 의존성’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샘 알트먼은 전 세계적인 AI 칩 연합(Stargate 프로젝트 등)을 결성하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를 넘어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오라클, 엔비디아, 그리고 중동의 자본과 손잡고 구축 중인 거대 데이터센터는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적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오픈AI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칩 설계부터 발전소 건설, 하드웨어 제조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AI 수직 계열화’를 꿈꾸고 있다. 이는 구글조차 시도하지 못한 전례 없는 규모의 도박이다.
오픈AI의 한계: 신뢰의 결핍과 생태계의 저항
물론 오픈AI의 질주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신뢰’와 ‘데이터’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가졌고, 구글은 지난 25년간 쌓아온 ‘현실 세계의 정보(지도, 쇼핑, 유튜브)’가 있다. 반면 오픈AI는 모델은 똑똑하지만 사용자의 사적인 삶이나 실시간 물류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이 부족하다. 또한, 이들의 ‘앱 무용론’ 전략은 기존 앱 개발자들과 강력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모든 기업을 자신의 ‘에이전트’로 부리려는 오픈AI의 오만함이 오히려 전 세계적인 반(反) 오픈AI 연합을 결성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AI 신(新) 삼국지의 향방
결국 오픈AI의 야심은 성공한다면 ‘신대륙의 발견’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가장 화려한 불꽃놀이’로 끝날 것이다.
애플과 구글이 손을 잡은 진짜 이유는 단순히 제미나이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다. 오픈AI라는 메기가 스마트폰이라는 어항 자체를 깨버리려 하기 때문에, 어항 속의 절대강자들끼리 급하게 동맹을 맺은 것이다.
2026년의 AI 시장은 이제 ‘수성하는 제국(애플)’, ‘제국의 엔진(구글)’, 그리고 ‘제국을 무너뜨리려는 혁명군(오픈AI)’의 삼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확실한 것은 하나다. 우리가 지난 15년간 당연하게 여겼던 ‘손안의 사각형 화면’이 주도하는 시대는 이제 막 저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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