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권력재편]②구글의 반격..."우리가 AI를 이끈다

애플,구글,오픈AI의 향후 전략방향은?

by 신승호


AI 패권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전쟁의 형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2026년 초, 애플과 구글의 제휴 소식은 단순한 기업 협력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애플의 항복’, ‘구글의 천하 평정’으로 규정하며 AI 패권 경쟁의 종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AI 경쟁을 여전히 단선적인 기술 우위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오독에 가깝다.


지금 AI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구조의 재편이다. 모델 기업, 플랫폼 기업, 디바이스 기업, 그리고 새로운 에이전트 주체들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분화하고 있다. 이 3편의 칼럼 시리즈는 애플, 구글, 오픈AI라는 세 주체를 통해 AI 시대 권력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1편] 애플 무너지나...플랫폼 권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제2편] 구글의 반격: "우리가 없으면 당신들의 AI도 없다"

[제3편] 오픈AI의 야심: 스마트폰 체제를 전복할 ‘제3의 영토



4조 달러 클럽 가입: 기술력이 '인프라'로 승인받다

2026년 1월, 알파벳(Alphabet)의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돌파하며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이를 두고 구글이 OpenAI와의 '챗봇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구글이 애플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플랫폼에 의해 '대체 불가능한 지능의 인프라'로 낙점되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애플과의 다년 계약 발표 직후 터져 나온 공동 성명은 상징적이다. "애플은 기술적 평가 끝에 구글의 제미나이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가장 적합한 기반임을 확인했다." 이 문장은 구글에 있어 단순한 파트너십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제미나이가 단순히 '똑똑한 답변기'를 넘어, 수십억 명의 사용자 경험을 지탱할 수 있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갖춘 유일한 엔터프라이즈 인프라'임을 공식 인증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입자'를 자처한 이유: 지배력은 접점이 아니라 '흐름'에서 나온다

보는 이에 따라 구글이 애플에 기술을 공급하고 사용료를 받는 구조는 "구글이 애플의 아웃소싱 파트너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의 시각은 다르다.


구글의 입장에서 애플은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원)의 '자릿세'를 내고 검색 엔진 자리를 빌려야 했던 높은 성벽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문법은 바뀌었다. 이제 구글은 애플로부터 연간 약 10억 달러 이상의 사용료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돈의 흐름이 역전된 것이다. 구글은 하드웨어 제조라는 리스크와 비용을 애플에 떠넘긴 채, 자신들의 제미나이 엔진을 전 세계 20억 대의 iOS 기기에 무혈 입성시켰다.


'유니버설 커머스'와 월마트 동맹: 광고 이후의 먹거리를 설계하다

구글의 진짜 반격은 애플의 플랫폼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구글의 야심은 2026년 1월 월마트(Walmart)와 체결한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 제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링크를 띄우고 클릭을 유도하던 과거의 광고 모델(CPC)이 AI 시대에 한계가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내놓은 답이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이다.


사용자가 제미나이에게 "내일 캠핑 가는데 필요한 장비 좀 챙겨줘"라고 말하면, 제미나이는 월마트의 실시간 재고 정보를 확인해 장바구니에 담고, 구글 페이로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낸다.

사용자가 검색창을 떠나 AI와 대화하는 '에이전트 경제' 시대에, 구글은 결제와 물류 데이터의 표준이 되려 한다. 월마트라는 오프라인 유통 공룡의 데이터를 제미나이의 지능과 결합함으로써, 구글은 광고 수익을 넘어선 '거래 수수료'라는 새로운 차원의 수익 모델을 장착했다.


하드웨어의 부재를 '인프라의 독점'으로 극복하다

구글의 치명적 약점은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의 낮은 점유율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이 약점을 '풀스택 인프라'로 극복하고 있다. 자체 칩(TPU): 구글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입해 자체 AI 가속기를 고도화했다.


칩부터 모델(Gemini), 클라우드 인프라,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거대 배포처까지. 구글은 AI가 구동되기 위한 모든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했다.

이제 애플조차 복잡한 AI 연산을 위해서는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PU)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도움 없이는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구글은 '스마트폰'이라는 단일 기기를 팔기보다, 세상의 모든 AI가 구동되는 '운영 체제 뒤의 운영 체제'가 되는 전략을 완성한 것이다.


구글의 한계와 과제: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의 공포

물론 구글의 앞길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AI 에이전트가 정답을 바로 제시할수록, 구글의 전통적 캐시카우인 '검색 광고' 매출은 위협받는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AI 안에서 모든 일을 끝내는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은 구글이 스스로 만든 칼날이 되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다.

따라서 구글에게 애플과의 제휴는 **'생존을 위한 전환점'**이다. 광고 수익의 완만한 하락을 서비스 사용료와 에이전트 수수료 수익으로 교체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익 구조 전환' 시험대 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엔진이 지배하는 세상

결국 이번 제휴의 본질은 "누가 더 강하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없으면 세상이 멈추느냐"의 싸움이었다. 애플은 지배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졌지만, 그 지능을 자급자족할 동력을 잃었다. 구글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제국의 심장부에 자신들의 엔진을 박아넣었다.

2026년의 구글은 더 이상 검색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지능을 전력처럼 공급하는 거대 발전소'다. 애플이 화려한 가전제품(아이폰)을 만들 때, 구글은 그 가전제품을 돌리는 전력망과 표준 전압(Gemini)을 결정한다. 그리고 시장은 이제 그 발전소의 가치가 가전제품 공장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4조 달러라는 시가총액으로 증명하고 있다.


신승호 컬처테크 칼럼니스트 / IP비즈니스 컨설턴트 /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겸임교수


kmjournal.net/news/articleView.html?idxno=7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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